[뉴스토마토 황인표, 임효주 기자] "저희도 언제 (돈을) 드릴지 몰라요"
부산, 대전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둘째날인 18일, 같은 계열 은행인 중앙부산, 부산2 은행 등에서 예금 인출 사태가 일어났다. 당국은 '예전과 비교해 인출 액수가 적어 뱅크런이 없을 것'이라며 시장과 고객을 안심시켰지만 현장은 달랐다.
이날 오후 서울 논현동 중앙부산저축은행은 아수라장이었다. 일단 1층 창구에서 돈을 찾을 수 있는 고객은 하루 전날 번호표를 받은 사람으로 한정됐다. 지금 당장 이 은행을 찾아도 돈을 찾을 수가 없다.
인근에 산다는 정 모씨는 "어제 급한 일이 있어 못 와 이제 왔더니 월요일날 오란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날 은행을 찾은 사람들은 2층에서 대기표를 받고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와야 한다. 이미 월요일 대기표만 1000번 가까이 나갔기 때문에 다음주에 가도 돈을 찾을 수 있을 지조차 불확실하다. 중앙저축은행의 현재 능력으로는 하루 400여명의 고객 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한 때 강남지역의 VVIP고객만 초대했던 5층 갤러리와 6층 전시장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직원들은 "오랫동안 전시, 공연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4200만원의 예금을 찾으러 왔다는 한 고객은 "정부에서 (삼화저축은행 이후 ) 영업정지 없을 거라고 하더니 거짓말 아니냐"며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어 손해를 본 적이 있는데 다시는 저축은행과 거래하고 싶지 않다"고까지 말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 은행의 예금이 모두 빠져나간 후 이번 사태가 진정될 전망이다. 전날 당국이 급하게 마련한 예금준비금 6조원이 없었다면 제2의 영업정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당국은 17일 총 1456억원의 예금이 인출됐다고 밝혔다. 영업정지된 부산, 대전저축은행의 경우 다음 달 2일부터 1500만원까지만 먼저 지급된다.
◇ 직원들 "아무리 피곤하다지만..."
은행 직원과 고객 간 실랑이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내 돈은 어떻게 되는거냐?"는 고객 질문에 일부 직원들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답했다.
기자가 은행 임원을 만나고 싶다고 하자 "모두 자리에 없고 부산과 서울을 왔다갔다 하며 회의 중"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실제 임원 책상들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은행 주차장 역시 비어있었지만 고객들이 몰릴 것을 두려워 한 은행 측에서 '만차'라는 간판을 내려버렸다..
한 고객은 "전화도 안 받고 인터넷 뱅킹도 정지돼 은행을 직접 찾았는데 안내하는 직원이 단 한 명 뿐"이라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일단 4시까지 찾아오는 고객에 대해서는 최대한 밤까지 예금을 찾아줄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밤 10시가 지나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