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제일모직이 포기하도록 만들어 손해를 끼친 만큼
제일모직(001300)에 13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최월영 지원장)는 18일 장모씨 등 제일모직 주주 3명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제일모직 주주 3명은 '지난 1996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발행할 때, 제일모직이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해 회사가 이익을 얻을 기회를 놓쳤다'며 2006년 이 회장을 상대로 137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이건희는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생하게 하고, 제일모직으로 하여금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도록 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은 이건희가 장남과 딸에게 조세를 회피하면서 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됐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경영판단 원칙이 적용돼 이사의 책임이 면제된다는 피고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전환사채 발행 당시에 에버랜드나 제일모직의 경영상태가 양호했고, 에버랜드는 발행 이전이나 이후에 한 번도 전환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다"며 "전환사채의 적절한 가액이나 주식가치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결 정족수가 미달된 상태의 이사회에서 전환사채 발행 결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원고측 김영희 변호사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들이 대부분 무죄로 결론나 가운데 경영권 승계 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손해 배상 책임을 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