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한 달전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지난 주까지 총 7개 저축은행이 기습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저축은행 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은행이 문을 열지 않는 지난 주말에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영업 정지 결정을 내렸지만, 예상치 않은 영업정지로 이미 7600여명의 예금자 185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지자 예금자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더 이상 영업정지가 없다"고 밝힌 뒤로도 두 차례나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점도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과도한 PF대출로 인해 적자가 큰 저축은행과 부실 때문에 그간 시장에서 '루머'에 시달려 온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이번 주 안에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사태)'으로 인한 영업정지가 또 있지 않을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 금융당국은 "옥석 가리기 끝났다"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4개은행(중앙부산, 부산2, 전주, 보해)을 끝으로 저축은행 옥석가리가 끝났다는 판단이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BIS(국제결제은행)비율 5%미만 저축은행 등 나머지 저축은행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보해저축은행도 자구 노력을 할 거고 증자가 성사되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삼화저축은행 사례처럼 예금자들이 원리금을 포함해 5000만원이 보장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예금인출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루머 → 예금인출 → 영업정지' 악순환도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어렵다.
영업정지 은행 중 삼화저축은행을 제외한 6개 은행은 시장의 '루머'에 의해 예금인출이 과다하게 이뤄지면서 당국이 긴급하게 영업정지를 결정한 경우다. 당국의 정책의지와는 상관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작년 말 "저축은행 중 몇몇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을 들은 예금자들이 올 초부터 예금을 계속 빼내가면서 이들 은행의 유동성은 900억원도 채 되지 않았다.
또 지난 달 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추가 정지는 더 없다"는 말과 달리 그 사이이 6곳의 영업정지가 결정되면서 시장에서는 당국의 발언을 더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지난주 나온 업계 반기(작년 7월~12월)실적을 기준으로 '적자은행' 즉 장사를 잘못한 은행에 또 한 차례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할 지 금융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한 저축은행은 "적자 폭이 크다는 얘기가 있어 예금이 빠진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저축은행은 자산규모면에서 웬만한 지방은행보다 크지만 과도한 부동산 PF대출로 지난해까지 적자가 크게 발생했다.
이같이 '뱅크런'에 건전성 지표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면서, 결국 21일 월요일 시중 저축은행들이 문을 열어봐야 뱅크런 가능성을 알 수 있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주부터 건전성 지표 등을 크게 인쇄해 영업점 앞에 붙였다"며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 살아남은 은행도 '조심조심'
특히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거론한 BIS 비율 5%미만 저축은행 5곳(새누리·우리·예쓰·도민·보해) 중 실제 보해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자 나머지 은행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새누리, 우리저축은행은 실제로 지난 주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 은행의 BIS비율은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5%미만이지만 지난 외환위기 당시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곳으로 2013년 6월말까지 일반적인 BIS비율에 따른 적기시정조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그간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쳐 작년 말 현재 부칙 BIS비율이 새누리저축은행은 19.24%, 우리저축은행도 5.2%인 상황이다.
새누리저축은행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100%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서 2280억원의 유상증자 등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예쓰저축은행도 예금보험공사가 부채를 이전 받아 세운 '가교 저축은행'이기 때문에 당국은 부실화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도민저축은행은 지난 달 말 금융위가 증자 등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다음주 당국은 경영평가위원회를 열어 이 은행의 경영정상화계획을 심사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도민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가 불가피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동성이 충분한 상태여서 예금인출 사태만 없으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