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3년)⑥허울뿐인 동반성장..대-중소기업 모두 '부글부글'

입력 : 2011-02-25 오후 5:47:30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이명박 정부가 25일로 출범 4년을 맞는다. 이 대통령은 출범 당시 '활기찬 시장경제'를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경제에 활력을 높여 선진화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친서민 중도실용의 정책기조를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한 경제살리기'를 '5대 핵심과제'에 포함시켰다. 임기내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불, 세계 7위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747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슬로건이었다. 취임 3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인 '경제살리기' 가 어디까지 왔는지 주요 영역별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성장률
②물가
③양극화
④일자리
⑤증시
⑥산업
⑦부동산  
 
“MB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부르짖고 있지만, 성장의 과실은 대기업에 치우치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불공정거래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이 만연한데, 정부는 여기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도 없고, 있어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 
 
최근 국내 산업계엔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른바 '동반성장'이 최대 화두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정부의 강압적 방식이 비판을 받으면서 MB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운 동반성장 정책은 성공은 커녕 이해당사자들의 공감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MB정부는 원래 출범초만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에 대해서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통령은 "경제가 살면 모든게 동반성장"이라면서(2008년 7월 1일 충북도 업무보고) 모호한 경제 만능주의의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전 정부에 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지난해에 와서야 꺼내든 것이 동반성장의 화두다.
 
이전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은 전 세계적인 양극화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대기업-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소득 계층과 저소득 계층, 도시와 지방, 강남과 강북 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모든 사회분야를 포괄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MB정부는 이 가운데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에 한정해 동반성장의 개념을 제기했다.
 
MB정부가 중소기업 대책의 필요성을 절감한 배경은 산업지표 추이를 살펴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중소기업 생산지수 격차 추이>
자료 : 통계청
 
생산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산업생산지수를 보면 지난 2004년 9.2%였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지수 격차는 2006년에는 1.4%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MB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는 4.2%로 차이가 벌어졌고 지난 2009년에는 6.9%까지 확대됐다.
 
기업의 매출액 대비 순익규모를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을 보면 격차가 더욱 확연하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보면 영업이익률이 지난 2009년 각각 8.23%와 7.01%를 기록한 반면, 이들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평균 이익률은 5.66%와 2.48%에 그쳤다. (2010년 지경부, 공정위, 통계청 등 관계기관 합동 실태조사)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이익률은 각각 14.56%와 8.35%로 2009년에 비해서는 증가했으나 삼성전자 부품업체의 평균 이익률은 오히려 4.87%로 감소했고, 현대차 부품업체는 4.62%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재고상황도 대기업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중소기업 재고 증가율은 대기업에 비해 낮았으나, 2008년 대기업의 재고는 전년대비 6.2%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의 재고는 3.3%p 높은 9.5%로 증가해 상황이 역전됐다. 
 
2009년에는 대중소기업 모두 재고가 감소했으나, 대기업의 감소율(9.5%)이 중소기업의 감소율(4.6%)보다 컸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자 정부는 지난해 7월말 제67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후 MB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은 9월 8일 중소기업 대표 간담회, 9월 13일 주요 대기업 총수 간담회, 그리고 9월 29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대기업 이익을 중소기업에 떼어주라는 '밥 덜어주기'식의 동반성장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기업들은 협력업체들의 수익기반 조성에 도움을 주고 마케팅과 기술개발 협력, 현금결제 등 여러가지 대책을 이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데 이러한 수준을 넘어 이익을 공유하라는 식의 대책에는 거부감을 전혀 감추지 않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동반성장 정책은 자발적 협력이 핵심인데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가속도만 더하려는 것은 오히려 산업문화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선두기업이 문화를 이끌고 무리없는 요구가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성과 위주의 행정풍토 때문에 극약처방식의 정책을 강요한다면 상생문화를 정착시키기는 오히려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반성장 평가 지수를 만들어 59개 대기업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겠다고 한 것에 대해 대기업들은 과도한 압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전형적인 팔목비틀기 행태 아닌가"라며 "자발성보다 취지만을 앞세워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건데 구매담당 임원 평가시 동반성장 추진실적까지 반영하라는 것은 사실상의 인사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들이 정부의 강압적 방식과 시장원리 훼손을 문제삼는 와중에 중소기업들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전 기업호민관)은 동반성장위원회의 대기업 평가지수 발표에 대해 "제일 중요한 것이 공정거래 체계 시스템에 대한 평가인데, 배점이 너무 낮다"며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보복금지만 제대로 이뤄져도 어느정도 문제가 해결될 것인데 이러한 부분은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건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경제5단체장과 대기업 CEO를 불러 간담회를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가 적발됐을 경우 처벌을 한층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주는 좀 더 실효성있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학은 없이 의욕만 앞세워 실효성이 의심되는 가운데 성과부터 빨리 내놓으라 윽박지르기, 이것이 MB정부 동반성장 정책의 현주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그동안에는 대기업들의 협력업체에 대한 일방적 거래관계가 문제가 됐는데, 대기업은 글로벌화된 반면, 협력업체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가 지속되다 보니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면서 "일단 동반성장을 위해선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내려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협력업체들의 정확한 데이터가 구축돼 업종별 세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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