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제4 이통사'만 허가하면 통신요금 20% 싸진다?

입력 : 2011-03-02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모바일인터넷(KMI)에 대해 다시 기간통신사업 허가와 주파수 할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25일, KMI측이 곧바로 방통위 기자실을 찾아와 3번째 도전 의사를 밝혔다.
 
방통위가 사업허가만 내주면 당장 20% 싼 요금으로 통신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하며, 특히 이번에는 4세대 와이브로를 앞세울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KMI 수준의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주면 20%나 싼 이동통신 서비스가 가능할까? 
 
방통위 심사위원회가 사업을 다시 불허한 내용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런 주장에 대해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선 KMI의 주요 구성회사들의 내용이 문제다.
 
주요 주주사인 A사의 경우 지난해 반기말 기준으로 6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자본금이 100억원이 조금 안되는 회사가 6배 넘는 손해를 본 것이다. 누가 봐도 신규사업을 위한 투자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만하다.
 
주요주주 B사도 지난해 3분기까지 310억원 가량의 누적 손실이 났다. 이 회사의 자본금이 23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회사 부실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대도 KMI는 허가 승인 이후 3개월내에 주요주주들이 각각 700억~800억원의 자금을 무리없이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MI는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이동통신재판매(MVNO) 형태로 올 하반기 통신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장치 산업이라는 통신산업 특성상 사업 허가 뒤 정부가 투자 이행을 1년 뒤에는 꼭 시행하도록 조건을 다는 것이 일반적인데 KMI는 허가 즉시 서비스 계획을 내놨다"고 말했다.
 
이같은 계획대로라면 KMI 주요주주들은 1차 증자 금액 800억원에 가입자 유치와 서비스 가능한 단말기 비용 등 최소 수백억원의 기본 사업자금을  더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KMI 주주 중 가장 우량이라는 자티전자(052650)가 지난해 3분기까지 얻은 이익의 10배인 1000억원 이상의 유동자금이 즉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비스 시작단계인 오는 10월부터 당장 기존 통신3사 보다 20% 싼 요금제를 내놓겠다는 사업 계획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KMI의 초기 투자비용은 1조원을 훌쩍 넘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또 기존보다 20~30% 싼 요금제는 지난 2005년부터 주력 통신망인 3세대(3G)망 투자를 시작해 감가상각비 부담이 대부분 줄어든 기존 통신사조차 의문을 표시하는 대목이다.
 
SK텔레콤(017670)의 통신망을 임차해 기존보다 싼 통신사업을 하려는 온세텔레콤(036630) 등 MVNO 신규사업자들조차 '도매대가 60% 수준' 안을 놓고 할인 여력이 없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KMI가 무슨 수로 통신요금 20% 인하와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인지 근거를 찾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KMI 주요 주주들의 주가가 '제4 이통사 허가'라는 재료로 거듭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주가는 방통위 발표 전날 오후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급기야 발표 직후부터 일부는 최대 14% 이상 급락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10월말에도 있었다. 당시에는 주가가 급등하던 1대 주주가 중간에 바뀌면서 '먹튀 논란'까지 불거졌었다.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일반 투자자라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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