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혜기자]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또 도마에 올랐다.
한은이 김중수 총재 지시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조사·분석 자료를 청와대에 정례적으로 보고해왔다는 것으로 2일 밝혀졌다.
특히 이 보고서를 받는 대상에는 청와대 비서실장, 경제수석 비서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도 포함되어 있어 그동안 "중앙은행이 청와대와 정부의 하급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다시 한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법 제3조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독립성 논란이 하루 이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터질때마다 한은 직원들에게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 노조는 오히려 지난해 4월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김 총재가 취임한 이후 한은의 독립성이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 행사와 기준금리 인상 실기론, 10개월재 비어있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1인의 공석 등이 그 이유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비노조원을 포함한 전직원 14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응답이 90% 이상이었다. 김 총재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도 89%에 달했다.
지난 2월 15일에는 노조가 전 조합원 전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김 총재와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김 총재는 최근의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1일 조직개편과 관련해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독립경영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라면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 비해 독립경영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자부했다.
김 총재는 또 "불충분한 점이 있다고 해 이를 권위와 능력을 전제로 과거와 같은 물리적 방법으로 투쟁하는 것이 시대변화에 맞는지는 숙고해 보아야 한다"며 한은 노조의 행동에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이번 청와대 정례보고 사태와 관련해 "한은의 청와대 눈치보기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렇게 명문화된 현행법을 무시하고 청와대의 연구·보고 기관으로 전락한 김중수 총재 체제의 한국은행에 대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만약 한국은행이 과거 군사독재시절로 퇴행해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정부의 하급기관으로 전락해 통화정책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면, 경실련은 김 총재의 퇴진운동 등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 보다 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이은혜 기자 eh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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