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3천억불)①패러다임 전환기..中 '공격적투자' 부상

한국 여전히 '보험'으로 간주..한은은 '외자운용원' 신설 통해 적극투자 모색

입력 : 2011-03-04 오후 3:19:10
[뉴스토마토 임효주기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지난 2월말 현재 2976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 세계 순위는 7위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불어난 외환보유액을 좀더 공격적으로 투자해 수익성을 높이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경험한 정부는 아직 '안정적 운용'에 방점을 두는 입장이다. 수출중심인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험'으로서의 외환보유액의 기능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외환보유액 운용과 관련된 논란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이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월말까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976억7000만달러로 지난 달 말보다 17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1월 2959억6000만달러에 이어 한 달만에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2월말 현재 외환보유액 구성은 유가증권 2659억1000만달러(89.3%), 예치금 268억2000만달러(9.0%), SDR 36억8000만달러(1.2%), IMF포지션 11억9000만달러(0.4%), 금 8000만달러(0.03%)였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커지자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는 등 적극적 투자 쪽으로 방향을 조금씩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지금까지 주로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외환보유액의 3% 정도를 주식에 투자해 왔다.
 
한은은 올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기존 외화자금국을 '외자운용원'으로 승격하고, 그간 외환보유액의 한국투자공사(KIC) 위탁운용에서 직접투자 하는 방향으로 바꿔가는 등 외환보유액 운용 방식을 변화해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뼈아픈 외환위기 경험..정부, 외환보유액 아직까지 '보험'으로 간주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위기에 빠졌던 아픈 경험 때문에 외환보유액의 '보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위기발생시 보유 외환액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 보다 안정성을 더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는 높은 대외 의존도를 보이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해 일정 액수 이상의 외환보유액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동으로 작성한 'G20 주요 경제지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3%로 통계가 완성되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G20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기를 겪은 한국으로서는 외환보유액의 안정적 운용을 지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유로화 급등락 등 상황을 고려해 시장에 주는 영향을 최소로 하는 범위 내에서 외환보유액 운용과 다각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격적 운용..'중국에서 길을 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시대'가 예고되면서 외환보유액의 운용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둔 만큼 그동안의 안정성 위주의 소극적인 운용에서 벗어나, 적극적 운용을 통한 '수익성'에 보다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들은 적극적인 외환보유액 활용으로 세계적 투자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사례를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외환보유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외환보유고를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자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2010년 들어 미국 국채 보유액을 줄이는 대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국채를 대량 사들였다. 또 외환보유액을 해외 원자재 투자 확대 등에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안전' 위주의 기본 운용원칙은 지키되, 해외 원자재와 금 등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며 관리 방식에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대형 프로젝트에 외환보유액을 투입해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 비중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국부펀드는  신흥 시장에 IMF와 세계은행의 자금 대여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대여해 주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자금 대여액은 이미 세계은행(World Bank)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3000억 달러 보유를 눈앞에 둔 한국경제는 이러한 중국의 외환보유액 관리 방식을 참고해 그동안의 소극적인 운용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스토마토 임효주 기자 there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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