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경영난 허덕이면서 전직원 `돈잔치'

입력 : 2011-03-08 오후 2:09:10
[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경영난 탈출의 자구책으로 전 직원 임금을 삭감하겠다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1인당 평균 1900만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마다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올 사업예산의 절반이 넘는 자금(17조원)을 금융시장에서 빌려 써야하는 상황에서도 ‘받을 건 받고’라는 LH의 두 얼굴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8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임직원 5600명에게 평균 191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들에게는 기본급의 80~160%에 달하는 4000만~6000만원을 챙겨 줬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S~E 6개 등급)에서 두 번째인 A등급을 받은 것을 근거로  지급한 돈이다.
 
재정부는 LH가 지난해 15년간 끌어온 토공·주공 통합을 이끌어 낸 부문을 공익성 차원에서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당기순이익이 6801억원이었던 것 역시 상위등급을 부여한 이유다.
 
하지만 LH의 2009년 당기순이익은 토공·주공 통합 전 당기순이익 1조428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다 하루 100억원의 부채 이자도 해결 못하는 상황이어서 평가의 당위성이 떨어진다.
 
◇ "인원감축도 모자라 전직원 임금 삭감한다더니..."
 
LH의 부채는 해마다 급등해 지난해 말 125조7000억원을 육박하는 등 말 그대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부담을 느낀 LH는 지난해 말 만성 적자를 탈피해 보겠다며 "2012년까지 현재 인력의 4분의 1인 수준인 1767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젊은 조직으로 변신하겠다는 의미에서 부장급 이상의 74%(484명)를 전면 교체한다고도 했다.
 
효과가 미약하고 형식적인 대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급기야 올해 '전 임직원 임금도 10% 삭감'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구책 발표의 이면에서는 수천명이 각자 수천만원 씩의 성과급으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돈 잔치를 벌인 공기업은 LH뿐만이 아니다.
 
부채가 212조원 규모인 공기업 22곳이 직원들(임원 제외)에게 지급한 지난해 성과급은 1인당 평균 1450만원씩 1조746억원에 달한다.
 
경영 악화 속에서도 전년도 7338억원(1인당 1020만원)보다 무려 46.5% 늘었으며, 5년 전 1인 평균 711만원보다 두 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와는 정 반대로 이들 공기업의 부채는 해마다 급증했다. 2004년 82조원이었던 부채가 2009년 말에 와서는 212조원을 기록했다.
 
성과급은 1년 동안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해 상당한 영업수익을 냈을 때 지급되는 돈이다.
 
물론 공사 직원들 모두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공기업의 성과급 지급에는 공익적 차원의 도덕성과 공감대가 형성돼야만 한다.
 
이에 대해 직장인 송모(35.일산)씨는 "언론을 통해 공사들의 경영난에 대해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중소기업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젊은이들은 경기 불안으로 쥐꼬리 월급마저 깎일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네티즌들의 비난도 들끓고 있다. '물타기'라는 대화명의 네티즌은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모든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해도 모자랄 부실 덩어리 주제에 A등급을 받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글을 게시했다.
 
또 다른 네티즌 '꿍스꿍스' 역시 "공기업 선진화를 외치더니 저 많은 부채를 진 공기업들 성과급 잔치는 그냥 눈감고 넘어간다. 어마어마한 공공부채들 다 우리 또는 우리 자식들의 피 같은 세금"이라고 꼬집었다.
 
뉴스토마토 박관종 기자 pkj3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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