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삼성-LG '3DTV 다툼' 도 넘었다

입력 : 2011-03-09 오후 1:21:27
[뉴스토마토 손정협기자] "삼성 기술은 1세대, 우리는 2세대다."(LG) 
 
"LG가 도저히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용납할 수 없다."(삼성)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의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두 회사의 '신경전'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3D TV 기술력 다툼은 도를 넘어서서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으로 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시네마 3D TV'를 출시한 LG전자가 포문을 열자, 다음날 삼성전자는 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반격에 나섰다.
 
LG는 삼성 제품이 시청하기 어지럽고 안경이 불편하다고 공격하고, 삼성은 LG제품이 기술진보가 없다고 반박하는 식이다.
 
이런 갈등은 광고전으로 이어져 LG가 편하게 누워서 3D TV를 보는 광고를 내보냈고, 삼성은 LG를 겨냥해 원숭이를 등장시켰다.
 
상대방 제품을 '원숭이나 보는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급기야 이번 주에는 비교시연 경쟁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두 회사의 제품을 나란히 놓고 어떤 제품이 우수한지 보자는 것이다. 
 
이번에는 삼성이 선제 공격에 나섰다. 매주 화요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진행되는 '화요포럼'의 포맷을 완전히 바꿔 대대적인 비교시연회를 열었다.
 
장소도 브리핑실이 아닌 외부 행사용 다목적홀로 옮겨 '역대 최대규모'의 화요포럼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도 "이론적 배경없는 억지", "3D 해상도에 대한 개념 부족" 등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뒤질세라, LG디스플레이도 이날 기자들에게 초청장을 돌려 "10일 시연 행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역습을 당한 LG가 어떤 대응을 할지 눈에 선하다.
 
비교시연에는 엔지니어들이 참석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3D 화면이 생소한 입장에서는 설명을 따라가느라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기 마련이다.
 
특히, 기술적인 내용이 아니라 '비교시연회를 누가 먼저 준비했냐' 같은 걸 놓고도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는 모습은 볼썽 사납다.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업체들과 경쟁해야 할 '국가 대표선수'들이 국내 시장에서 이렇게 아웅다웅 다투는 것은 외신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될 수 있다.
 
상대방 제품을 깎아내리는데 급급하다보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켜 제품 선택 자체를 주저하게 할 수 있다.
 
비디오(VHS와 베타)나 고화질 DVD(블루레이와 HD-DVD) 등 지금까지 여러 시장에서 표준화 논쟁이 있어왔지만, 결국 승부를 가른 건 소비자들의 판단이었다. 
 
두 회사가 지금처럼 선전전에 '올인'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두 회사는 충분히 자기 주장들을 해왔다. 이제 낯뜨거운 '비방전'을 멈추고 소비자들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옳다.
 
뉴스토마토 손정협 기자 sjh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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