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강만수 특보 '산은' 가서 '우리' 넘보나?

입력 : 2011-03-10 오후 3:47:57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금융권 인사의 최대 변수였던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가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금융계에는 벌써부터 말이 많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 회장직에 이름이 거명될 당시 '금융지주 회장에 뜻이 없다'던 강 특보가 결국 국책금융기관의 지주 회장 자리를 받아간 데 대한 뒷얘기도 무성하다.
 
'메가뱅크론'을 주장해온 강 특보가 산은금융그룹에 가서 우리금융을 넘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이른바 '모피아'의 금융계 장악과 맞물려 모피아의 실세 중 실세인 강 특보의 이런 '회전문 인사'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 "지주 회장 관심 없다"더니..산은지주 선택한 강만수 특보
 
금융위원회는 10일 강 특보를 산은지주 회장으로 임명제청했다. 산은지주 회장은 금융위 제청과 대통령 임명으로 확정되며 산업은행장을 겸하게 된다.
 
앞서 강 특보는 시중금융사 회장에 계속 거론돼왔다. 신한지주(055550), 우리금융(053000)지주는 물론 김승유 회장의 영향력이 막강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에도 하마평이 올랐다. 그러나 모피아(마피아와 재정부의 합성어) 출신에다가 관치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결국 아무 자리도 꿰차지 못했다.
 
형식적으로 산은지주는 정부 출자 기관이기 때문에 이번 인선은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또 시중은행과의 경쟁보다는 기업금융, 정책금융에 특화돼 있는 산은으로서는 강 특보가 적합한 인물일 수도 있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금융권에서는 강 특보가 '산은'에 머물지 않을 거란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 산은·우리 합쳐 메가뱅크 만드는 게 미션?  
 
작년 4월 금융권에 불거진 '메가뱅크(은행간 합병으로 덩치 키우기)'론의 중심에는 강 특보가 있었다.
 
강 특보는 기획재정부장관 시절부터 "경제 규모에 비해 금융 경쟁력이 취약하다"며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강 특보가 우리금융, 산은지주, 그리고 KB금융(105560)지주 혹은 하나금융을 합친 '슈퍼메가뱅크' 설립안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필리핀 대사로 있던 최중경 전 재정차관(현 지식경제부 장관)이 청와대 경제수석이 되면서 슈퍼메가뱅크론은 더 큰 힘을 얻었다. '최강라인'으로 불리는 두 인물이 기재부에서 청와대로 함께 자리를 옮기면서 슈퍼메가뱅크론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시 슈퍼메가뱅크는 결국 탄생하지 않았지만 강 특보가 산은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메가뱅크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번에는 산은과 작년 11월 민영화 불발로 끝난 우리금융과의 결합이 제1시나리오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 고객 수신 기반을 넓혀야 하는 산은과 우리금융의 결합은 최적이 될 수 있다"며 "지난번 우리투자증권을 분리 매각해 산은 아래 있는 대우증권과 합병하려 한다는 루머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민영화를 앞둔 두 기관이 결합하면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금융기관이 된다. 그것도 개인금융(우리), 기업금융(산은) 모두 강점을 갖춘 '팔방미인'형 금융지주사가 탄생한다.
 
<산은+우리 합병시 자산 순위>
 
산은+우리 474조
KB 330조
하나+외환 316조
신한 311조
 
(작년 9월말 기준)
 
 ◇우리금융(332조)과 산은지주(142조)가 합쳐질 경우 500조원대에 가까운 슈퍼메가뱅크가 탄생한다.
 
◇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은 "메가뱅크 반대"..강 vs 이 누가 셀까?
 
우리금융 관계자는 10일 강 특보 산은 회장 내정에 대해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며 "산은, 우리금융 합병 얘기가 계속 나오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에 연임에 성공한 이팔성 회장의 마음이다. 이 회장은 작년부터 메가뱅크를 반대했다. 이 회장은 작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슈퍼메가뱅크가 되면 정부 지분이 더 많아 국영은행으로 남는다"며 "덩치만 커져 앞으로 매각할 때 더욱 힘들게 된다"고 말했었다.
 
또 강 특보가 우리금융 회장으로 거론될 때 "연속성은 항상 좋은 것이며 기업도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말해 연임 의지를 드러냈다.
 
대통령 임기가 2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메가뱅크론이 얼마나 큰 힘을 받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레임덕이 빨라지면 관(官)주도의 이같은 계획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
 
강 특보가 금융권 인사의 핵에서 '금융권 재편의 핵'이 될지, 금융계는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고 있다.  
 
한편 경실련은 강 특보의 산은 지주회장 내정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강 특보는 잘못된 정책판단과 위기대응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를 수렁에 빠뜨린 인물"이라며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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