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연장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았던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완화가 당초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되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DTI규제 완화 종료가 좀처럼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여당과 가계부채 증가를 두고 볼 수만 없다는 정부의 입장차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정부 인사와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 당정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서울 한 호텔에서 DTI 완화 연장 여부에 대한 협의를 시도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DTI 규제 완화를 종료하는 대신 주택 취득세 감면을 적용, 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의견은 일단 수렴하지만 DTI 규제 부활은 결국 집 없는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며 정부에 신중한 판단을 요청했다.
◇ 정부 "가계부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정부가 DTI규제 완화 종료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계부채 증가다. 정부가 DTI규제를 완화한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지적이 그동안 제기돼왔고, 이에 정부가 나름 신중하게 고민해왔다는 의미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자 도입한 규제완화가 오히려 서민들의 경제난을 부추겼다는 지적에 정부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것.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 잔액은 770조원이었으나 DTI 규제완화의 영향을 받은 4분기에는 25조원 이상이 늘어난 79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80%에 해당되며, 전년보다 무려 60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따라서 정부는 DTI규제 완화를 더 이상 연장할 수 없으며, 대신 취득세 감면을 통해 침체된 주택거래 시장을 되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다음달부터 서울 50%(강남 3구는 40%), 인천·경기 60%의 DTI규제가 적용되는 반면 지난해 종료됐던 9억원 이상 고가주택과 다가구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이 부활하게 된다.
감면 비율에 대해서는 규제완화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즉시 구체적인 추진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9억원 이하 1주택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취득세 2%에 대한 추가 감면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적용하던 취득세율은 당초 4%였으나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감면하고 있다.
야당 역시 기본적으로 DTI규제 완화 연장 자체는 반대하고 있지만 향후 정부가 마련할 전세대책 세부 방안에 따라 입장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최근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라는 황당한 전월세 대책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며 "기존대출 만기 연장, 변동부 금리의 고정부 대출금리 전환 등 실질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한바 있다.
◇취득세 감면, 주택시장 활성화 어렵다...민심도 살펴야
그러나 여당인 한나라당의 입장은 다르다. 정부가 제시한 취득세 감면으로는 침체가 고착화된 부동산시장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것.
DTI 규제 완화 이후에도 전세대란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규제 부활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고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방세 세수 중 중요한 부분인 취득세를 줄일 경우 지방재정이 더욱 열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민심동요에 대한 우려 역시 한나라당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4·27 재·보궐선거와 내년 총선, 대선을 줄줄이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부활 이후에도 전세난 해결의 기미가 안보일 경우 여당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날 당정회의에서 입장 정리를 유보했으며, 이후 당정회의를 다시 열어 최종 논의 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지진과 금리 인상, 재건축 시장의 침체 등 대내외적인 시장 경색여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DTI 규제 부활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 부활을 앞두고 주택거래가 다시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이후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0월 4만여건, 11월 5만여건, 12월 6만여건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올 1월 4만건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지난달 5만여건으로 14%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달 수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 2월 계약건이 포함된 것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DTI 규제완화 종료 소식이 시장이 반영된 결과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월세 대란 장기화로 수요가 소형 주택을 중심의 매매로 돌아서고 있는데 DTI규제 완화 종료로 실수요자들의 구매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토마토 박관종 기자 pkj313@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