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위주인 신세계는 전망이 좋지 않은 반면, 백화점 비중이 높은 롯데쇼핑과 순수 백화점업체인 현대백화점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처럼 엇갈리는 전망의 배경은 '인플레이션'과 '소비양극화'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대형마트 실적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물가상승은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육류와 우유, 생선류 등 신선식품이 주도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신선식품이 차지하고 있고 고객의 대다수가 물가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산층으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진 시기에는 소비여력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싼 상품을 찾아 전통시장과 온라인몰 등으로 분산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실제 옥션의 식품 부문 매출은 물가상승 압력이 본격화된 지난해 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7%, 올해 1분기에는 25% 신장하며 성장세에서 대형마트를 압도했다.
최근 대형마트들이 '통큰'과 '착한' 시리즈 등 적극적인 상품개발과 프로모션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이 또한 마진을 크게 줄여 하는 행사로 대형마트 실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반면 백화점업계는 이 같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물가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백화점 매출은 매달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등 뚜렷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승세의 배경은 소비양극화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품에 대해선 조금이라도 싼 상품을, 선호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선 기꺼이 큰 돈을 지불하는 소비행태가 두드러지고 있다.
명품 매출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단적이 예다.
백화점업계의 명품 매출액은 지난 2005년 이후 평균 16%의 성장률을 보여, 같은 기간 백화점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 5.7%를 2배 이상 넘어섰다.
물가상승이 본격화된 지난해 12월에도 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7% 상승한 데 이어 1월과 2월에도 각각 29.7%와 31.8% 오름세를 이어갔다.
백화점업계는 명품 구색을 늘리고 매장을 편집샵 형태로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환경이 대형마트에는 불리하고 백화점에는 유리하게 조성됨에 따라 증권가에선 대형마트 비중이 전체의 75%에 달하는 신세계의 주가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 외에 가격할인정책과 온라인몰 사업 강화 부담으로 1분기 실적 역시 당초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순수 백화점업체인 현대백화점의 경우 향후 주가 전망은 물론 1분기 실적 역시 긍정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상위 10% 고객의 매출 기여도가 전체의 50%에 달하고 있어, 물가상승 압력 속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다.
롯데쇼핑 역시 업계 1위인 백화점부문의 경쟁력에 더해 롯데마트의 영업마진 증가로 1분기 실적과 향후 주가 역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형마트의 향후 성장세는 백화점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백화점업계는 명품을 필두로 의류와 가전 등 고가제품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