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기자] 봄을 맞아 주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겨울 보기 드문 추위 속에 혹독한 비수기를 겪었지만, 따뜻한 봄과 함께 본격적인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매출을 올리기 위한 주류업계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막걸리업계과 맥주업계로 ‘항암 효과’란 의외의 지원군을 만난 막걸리업계는 제2의 도약을, 신제품 출시와 영업망 통합으로 맞불을 놓은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는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 막걸리 ‘항암 효과’ 탁월..판매량 급등
막걸리는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주류시장에 주축으로 발돋움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인기가 잦아들면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낳아왔다.
지난 2월에는 32개월 만에 막걸리 생산량과 내수량이 동반 하락하면서 막걸리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주 막걸리에서 항암물질인 파네졸 성분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간 후 상황이 급변했다.
막걸리의 항암효과 보도 이후인 15~19일까지의 막걸리 매출은 대형마트의 경우 50%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롯데마트의 막걸리 매출이 전주 대비 56.6%, 전년 동기 대비로는 31.7% 늘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의 막걸리 매출도 전주 대비 57% 증가했다.
편의점 매출도 호조를 보여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의 15~18일까지의 막걸리 매출은 전주 대비45%나 증가했다. 특히 등산로를 비롯한 유원지 인근의 점포 40여곳의 막걸리 매출은 평균 62.8% 늘었다.
느린마을양조장을 운영하는 배상면주가 역시 14~20일까지의 판매량이 전주 대비 45% 증가했고
국순당(043650) 역시 40%의 판매 신장을 보이고 있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느린마을 양조장 중 서울 양재점의 경우 14일부터 20일까지 7일 연속 제품이 조기 품절될 정도로 인기”라며 “4월 등산시즌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성수기가 도래하면서 2분기 막걸리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막걸리 열풍은 오피니언리더와 트렌트에 민감한 젊은 층이 끌어온 측면이 있다”며 “이번 항암 효과 발표를 계기로 전국민적인 관심이 일어난 만큼 막걸리 소비층이 더욱 확대돼 막걸리 열풍은 제2의 도약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순당 관계자 역시 “막걸리가 항암효과에 탁월하다는 보도가 막걸리 내수 판매에 불을 댕겼다”며 “본격적인 성수기 효과와 더불어 막걸리 판매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지진 사태로 우려됐던 수출 역시 일본 수출 물량이 유지되는 가운데 중국 수출이 2009년 대비 17배 성장할 정도로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우리 술 품질인증제 도입으로 막걸리에 대한 소비자 신뢰 역시 높아지고 있어 막걸리 시장의 강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오비-하이트, ‘일진일퇴 공방전’..선두 다툼 치열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는 올 들어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오비맥주의 카스 후레시는 지난 1월 브랜드별 시장점유율(면세 제외) 40.6%를 차지하며 39.9%를 차지한 하이트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카스 후레시가 브랜드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은 출시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하이트의 반격이 시작돼 하이트는 2월 시장 점유율 41.9%를 차지하며 38.5%를 기록한 카스 후레시를 따돌렸다.
최근 몇 년간 맥주시장에선 오비맥주의 약진과 하이트맥주의 부진이 이어지며 양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008년 하이트맥주의 전체 시장점유율 59.3%로 40.7%에 그친 오비맥주를 여유 있게 앞섰지만 오비맥주의 맹추격 속에 2009년 하이트맥주 57.5%, 오비맥주 42.5%로 그 격차가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하이트맥주 55.8%, 오비맥주 44.2%로 좁혀졌다.
오비맥주의 해외수출 역시 호조를 보여 올 들어 3월 말까지 누적 수출물량은 314만 상자(1상자 500ml 20병)로 전년 동기 대비 63%가 늘었다.
1분기 맥주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장세는 눈 여겨 볼만 하다.
지난해 총 1245만상자를 수출한 오비맥주는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사상 최대 수출실적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 전 이호림 사장 취임 4주년을 맞은 오비맥주는 주력 브랜드인 ‘카스’의 꾸준한 성장세와 수출 실적호조, 여기에 신제품 ‘OB골든라거’ 출시를 발판으로 빠른 시간 내 업계 1위를 탈환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몇 년간의 부진으로 오비맥주에 추격을 허용한 하이트맥주는 조직 재정비로 업계 1위 수성에 나선다.
오는 9월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합병과 함께 영업망 통합으로 오비맥주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소주를 앞세워 맥주와 공동영업망을 구축할 경우 우세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오비맥주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맥주와 소주의 영업을 통합하면 영업사원 한 명이 소주와 맥주를 같이 팔 수 있고 이를 통해 여유가 생긴 인원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곳으로 돌려 적극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트맥주를 이끌 수장 역시 교체됐다.
이장규 대표이사가 사직과 함께 고문으로 물러났고 사내 영업통으로 꼽히는 김인규 부사장이 하이트맥주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오비맥주의 공격적 행보와 수성을 위한 하이트맥주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맥주업계의 1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