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 송지욱 기자] 부산저축은행의 일부 고객에 대한 영업정지 전 예금인출과 관련해, 이 은행의 '불공정·편법 거래행태'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당시 3명의 금감원 직원이 부산 초량동의 이 은행 본점에 있었음에도 이같은 사태를 인식하지도, 적절히 대응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 VIP고객만 불러 돈 줘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지난 2월 17일 영업정지 되기 전날인 16일 직원들이 친인척과 일부 VIP고객에게 따로 연락해 예금을 인출하도록 했다. 예금인출은 밤 10시까지 계속됐다.
부산 초량동 본점과 화명동 지점 두 곳에서 수백억원이 지급됐고 지역 재력가와 의료·법조계 인사 등이 예금을 찾아갔다. 다음 날 일반 고객 30만 명의 예금은 영업정지로 인해 발이 묶었다. 감독원은 "당시 부산저축은행 화명지점에서 평소 예금 인출 금액의 3배 정도 많은 금액이 빠져나갔으며, 이 은행 영업정지 전날 마감 후에 모두 140억원 가량이 인출됐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이 은행 일부 직원이 친인척, 우수고객 30여명 등의 예금을 미리 빼준 사실을 확인했다"며 "실명확인 없이 임의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 "금감원 직원, 방조하거나 묵인한 셈"
금감원은 "당시 현장에는 금감원 직원과 예금보험공사 감독관 등 3명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예보는 "영업정지가 결정된 17일 아침 8시부터 감독관 업무를 시작했다"며 "16일 예금인출 현장에는 예보 관계자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16일 밤 현장에 금감원 직원이 있었음에도 부산저축은행의 이같은 편법 예금 인출을 방조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녁 8시 늦은 시간에 객장이 웅성거렸으면 금감원 직원도 분명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 것"이라며 "관련 조치를 안 했거나 묵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음 날 영업 조치로 30만 고객 예금이 묶였는데 결국 부실사태의 피해를 서민만 안게 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 뒤늦게 파악하고도 침묵..감독당국 총체적 부실에 도덕적 해이까지
또 금감원은 영업정지 이후 2월17일부터 3월 하순까지 검찰과 함께 검사를 실시했지만, 아무런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고 있다가 2주전 다시 검사를 나갔다.
김장호 금감원 중소서민금융서비스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임직원의 예금 인출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선량한 예금자'를 따돌리고 일부 VIP고객에만 돈을 빼준 사실을 당시에는 몰랐다가 나중에야 알았다는 사실도 문제지만, 감독원이 이후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은폐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금감원은 "감독원 직원이 본점 감독관 사무실에 있지 않았나 추정하지만 CCTV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며 "예금 인출 당시 감독관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1일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과 사업확장에 연관된 인허가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금감원 직원을 구속했다.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하는 등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