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간(肝)때문이 아니라 관(官)때문이야

입력 : 2011-04-26 오후 6:25:14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부산저축은행의 황당한 불법·편법 예금 인출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 은행은 사실상 은행임을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은행 직원들의  친인척, VIP고객 등을 위한 사금고일 뿐 공적 기능을 하는 금융회사로 자격을 상실했다는 비판이다. 이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긴 부산 자갈치 할매 같은 평범한 고객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비슷한 시기에 영업정지를 당한 다른 저축은행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영업 재개 후 어떻게든 지역 유지의 환심을 사서 거액 예금을 재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영업행태는 물론, 이후에 보여준 모습도 금융업이 빠지기 쉬운 '탐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금융산업은 관리 감독이 중요하다. 끝없는 돈의 탐욕에 언제든지 엇나갈 금융기관을 제대로 통제하라고 있는 곳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다. 금융업이 애시당초  '규제산업'인 이유다.
 
부산저축은행의 예금 인출 현장에는 금융감독원 직원이 3명이나 있었다. 밤 10시 반까지 수십명이 몰려 예금인출이 이뤄졌다면 꽤나 소란스러운 상황이었을텐데 금감원 직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사건이 알려진 지난 25일 긴급기자회견을 연 김장호 금감원 부원장보는 "아직 확인이 안되고 있다"며 조직 감싸기에 급급했다. 
 
25일 하루에만 금감원 전현직 직원 4명이 쇠고랑을 찼다. 영업정지 당한 보해저축은행을 제대로 감독하라고 광주지검에 파견된 2급 검사역은 4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4급 황모씨와 전 금감원 직원 조모씨는 돈을 받고 부실기업의 유상증자를 허가해줬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전 금감원 직원 김모씨도 함께 구속기소됐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조사역 최 모씨도 불법대출 알선으로 지난 22일 구속됐다.
 
이대로라면 감독 당국의 수장이 머리를 숙이고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할 처지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안타깝다"라는 정도의 멘트를 남겼다. 
 
이날 금감원장이 마련한 자리는 공교롭게도 저축은행의 PF대출 부실을 은행들에게 떠넘기겠다는 발표를 위해 은행장들을 소집한 자리였다. 모양새는 '자발적'이었지만 은행권은 대체로 "올 것이 왔다"라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관리감독에다 내부단속에도 실패한 감독당국이 관치(官治)로 부실책임을 시중은행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은행권에 팽배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에게 최근 금융당국의 태도를 얘기해보라고 하면 다들 입을 다문다.  '누가 누구를 감독하고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기겠다는 거냐'는 불만과 비아냥이 엿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광고CF '간(肝)때문이야~'를 패러디해 '관(官)때문이야~'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체의 피로는 간때문이고, 금융의 피로는 '관'(금융당국)때문이라는 의미다. 이대로라면 감독당국자를 불러 청문회를 한 번 더 열어야 마땅하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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