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어디까지 왔나

①대기업들 동반성장 방안 재탕·삼탕.."달라진게 없다!"

입력 : 2011-05-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최근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따라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지난달까지 협력사들과 협약을 마쳤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 방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대기업들이 내놓는 방안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부에 등을 떠밀려 마치못해 시늉을 내거나, 과거 정부 때 이미 내놨던 방안들을 이름만 바꿔 되풀이 하는 등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방안들의 내용과 문제점, 그리고 진정한 '동반성장'으로 가기 위한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협력업체와의 상생 경영을 위해 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
 
"협력사에 대한 현금 결제를 대폭 늘리겠다."
 
"협력업체를 1차에서 2~3차까지 확대하겠다."
 
최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협약식에 나선 대기업들이 쏟아낸 방안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2월부터 매년 6개 업종, 56개 기업의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해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대상 기업들이 줄줄이 동반성장 협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은 실적발표라도 하듯 협력사 지원규모를 발표하고 상생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그 내용들은 별반 큰 차이가 없다.
 
◇ "정권 바뀔 때마다 되풀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참여정부 시절 '양극화'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론이 확산되면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를 열었다.
 
그러자 대기업들은 비판적인 여론과 정부의 압박을 의식해 앞다퉈 중소기업 지원방안들을 발표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이었다.
 
대기업들은 이때 이미 협력사에 대한 현금 결제 확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 협력업체 2·3차로 확산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는 이름만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으로 바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들은 또 다시 줄줄이 협약식을 체결하고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상생협력'이 '동반성장'으로 바뀌고 '공정거래'라는 단어가 앞으로 간 것만 빼면 이름도 내용도 거의 그대로인 '협약'은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식이다.
 
 2007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 당시 127개 대기업이 5만2000개 협력사와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협약 이후 2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들의 지원약속 이행부분을 점검해 본 결과, 상당부분 '공수표'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상생협약으로 안 된 일이 동반성장 협약으론 된다는 거냐"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 삼성·LG·현대차 등 5년전 방안 재탕
 
삼성은 2006년 5월 상생협력안을 통해 2010년까지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협력사에 대한 현금 결제를 대폭 늘리고, 협력사의 부품 국산화, 설비 투자비 지원, 경영진단 및 컨설팅, 협력사 직원교육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은 "대·중소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협력업체도 1차에서 2·3차까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5년만에 다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란 이름 아래 협약식을 갖고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발표한 방안에도 협력사에 대한 현금결제 확대, 설비 투자비 지원 등이 포함돼 있으며, 협력사의 재무건전화를 위해 총 6100억원 지원, 원자재 가격변동에 따른 협력사와의 단가 조정, 기술 공동연구, 삼성 특허기술 무료 사용 등이 제시됐다.
 
삼성은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삼성SDI(006400),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전기(009150),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SDS, 삼성중공업(010140), 삼성테크윈(012450),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 등 9개 계열사가 1차 협력사 3021개와 협약을 맺고, 1차 협력사는 다시 2차 협력사 2187개와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 관련 협력사 총 5208개사가 협약을 맺게 된 것이다.
 
삼성은 1차 협력사에 2차 협력사와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협약을 성실히 이행한 1차 협력사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올해 내놓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방안이 2006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올해의 동반성장 방안은 당시 발표한 내용의 연장선 상에 있다"며 "특허 사용 허가와 같은 획기적인 협력 방안은 물론 협력업체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한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LG그룹은 2008년 말 6개 계열사 CEO와 하도급 협력회사 대표들, 백용호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LG하도급 공정거래 협약 선포식'을 갖고 상생협력 강화 방침을 밝혔다.
 
LG는 이 자리에서 2009년부터 LG전자(066570)LG화학(051910), LG이노텍(011070), LG생활건강(051900), LG CNS, LG엔시스 등 6개 주요 계열사와 거래하고 있는 1700여 하도급 협력회사와의 상생협력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100% 현금성 결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도급 협력회사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상생협력펀드를 통한 직접대출 및 금융기관 여신 지원 등 금융지원 규모를 1750억원에서 343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당시 "LG의 진정한 경쟁력은 정도경영을 기반으로 한 공정한 거래질서에서 창출된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협력회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3년 뒤 김반석 부회장은 지난달 체결한 'LG·협력회사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에서 토씨하나 안 틀린 기조연설로 LG의 정도경영을 강조했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034220), LG이노텍, LG유플러스, LG CNS와 협력사 대표,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협약식에서 김 부회장은 "LG의 진정한 경쟁력은 LG 고유의 행동방식인 정도경영을 기반으로 한 공정한 거래질서에서 창출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협력사와의 공동 연구개발(R&D)에 5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 4월 '협력업체 지원 및 상생협력 방안' 발표를 통해 4700여 중소기업에 부품 대금을 전액 현금결제하기로 했다.
 
또 13조원이던 협력업체 자금지원을 2010년까지 15조원으로 늘리는 한편 품질 강화 기금 500억원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 현대제철(004020), 현대위아(011210), 현대로템 등 6개 계열사와 협력업체 1585개사 간 '2011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사업자는 현대차·기아차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6개 대표 계열사와 협력사 1585개사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약을 통해 올해 협력업체가 필요로 하는 자금 지원을 늘리고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변동제 등 하도급 관행 개선을 약속했다.
 
협력사들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신규 동반성장펀드 출연 등 대규모 자금 지원과 R&D 기술지원단, 품질학교, 1·2차 협력사간 동반성장 활성화를 위한 협력회 지원시스템 운영 등 다양한 경영 지원 활동을 한다.
  
또 협력사의 재무건전화를 위해 동반성장 펀드에 1000억원 가량을 추가 출연해 기존 69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1736억원으로 늘리고 협력사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비 등에도 2500억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하도급 대금지급 현금 결제, 협력사 연구개발 지원, 구매담담 임원평가시 동반성장 실적의 인사고가 반영 등은 3사 모두 동일하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동반성장협약이 과거 상생협력 협약에 비해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중소기업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느끼는 부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동반성장 협약이 아니라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임기 말 한 차례씩 대기업을 압박해 성과를 보이려는 정부와, 동반성장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의 변화 없이 마지못해 같은 내용을 들고 나온 대기업 사이에서  동반성장에 대한 진정성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뉴스토마토 송주연 기자 sjy292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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