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2004년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소니와 닌텐도의 전략은 정반대였다.
소니는 자사의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성능을 그대로 담은 고성능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을 내놓고, 휴대용 게임기 사상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강조했다.
반면 닌텐도는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 쉽고 간단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닌텐도 더블 스크린(NDS)’을 출시했다.
7년이 지난 지금 과연 승부는 어떻게 났을까. 전세계에서 NDS는 PSP보다 2배 이상 많이 팔렸다.
복잡하고 어려운 콘솔게임을 그대로 이식한 PSP는 기존 게임 이용자들이 주로 구입했지만, 쉽고 단순한 새로운 게임을 선보인 NDS는 여성 등 게임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이 구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닌텐도의 전략은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서도 들어맞는다.
특히
NHN(035420) 한게임의 대작 ‘테라’가 등장하면서 다른 게임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무색하게 '쉬운 게임'을 표방한 게임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다크블러드’는 지난 3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PC방 게임순위 사이트 게임트릭스(www.gametrics.com)에서 20위권을 유지하고있고, 3일 현재 29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크블러드’는 성인용 하드코어 액션RPG로 성인을 위한 게임 콘텐츠와 짧은 시간 동안에도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성 등이 특징이다.
이관우 액토즈 이사는 “30, 40대 유저층들이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다크블러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복잡한 키 조작 없이도 화려한 액션을 할 수 있도록 해, 기존 게임을 잘 하지 못하던 사람들도 스스로 게임을 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쉽고 부담없는 RPG게임을 표방한 ‘드라고나’는 회복 아이템 이용을 자동화하고, 게임 속 퀘스트를 받기 위해 돌아다닐 필요가 없도록 하는 등 시스템을 간소화시켰다.
유영진 라이브플렉스 팀장은 “온라인RPG를 처음 해보는 사람도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높은 접근성이 현재의 성공에 기여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앤도어즈가 퍼블리싱하는 ‘불멸’도 빠른 레벨 상승 속도와 자동 사냥 시스템으로 인기를 끌며,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4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쉬운 게임들이 성공을 거두는 원인은, 기존 게임에 어려움을 느껴 게임을 포기했거나 게임을 하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던 사람들이 새로운 이용자로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게임 장르는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이 때문에 매니아들만 즐기는 게임으로 변해간다”며 “대작을 만드는 대형 게임사가 아니라면 닌텐도처럼 게임의 문턱을 낮춘 신선하고 새로운 게임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