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국제 상품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원유를 비롯한 귀금속, 곡물 등 상품가격은 전날의 강세에 이어 이날은 급락세를 연출했다.
유로화 약세로 인한 달러화 강세가 상품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이 지연되고, 포르투갈 금융기관들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우려속에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74p(0.99%) 오른 75.52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중국과 영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긴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품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세했다.
◇ WTI 유가 5.5% 폭락 = 이날 국제유가는 5% 넘게 폭락했고, 휘발유 선물 가격은 하한가까지 밀리며 5분 동안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5.67달러(5.5%) 하락한 배럴당 98.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국제유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배럴 당 97달러 수준으로 내려간 이후, 이번주 들어 이틀간 미국 미시시피강 홍수로 연료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로 상승한 바 있다.
국제불안과 함께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의 주간원유재고 발표가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주 원유재고는 380만배럴 증가해 시장 예상치 160만배럴 증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휘발유 재고는 130만배럴 늘면서 30만배럴이 줄었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이에 휘발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격제한폭인 갤런당 25센트까지 떨어지자,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결국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선물 거래를 일시 중단했고, 5분뒤 휘발유 가격 제한폭을 50센트로 확대해 거래를 재개했다.
이날 휘발유 6월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25.69센트(7.6%) 폭락한 갤런당 2.122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009년 2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 귀금속·곡물 급락 =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은선물은 온스당 2.97달러(7.7%)하락한 35.52달러로 마감했다. 6월 인도분 금선물은 온스당 전날대비 15.5달러(1%) 내린 1501.4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4.9% 하락했던 금값은 최근 사흘간 2.4% 반등했다. 지난주 27% 폭락했던 은값은 이틀 동안 9.1% 오른 바 있다. 그리스 채무재조정 우려속에 달러 강세가 주춤해진데다 그간 하락에 따른 저가매수세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농무부의 수요·공급 보고서가 전해지면서 곡물값도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7월 인도분 밀 선물은 부셸당 39.75센트(5.0%) 하락한 7.59달러를 기록했고, 7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은 부셸당 30센트(4.2%) 내린 6.7725달러에 마감하며 6개월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7월 인도분 대두선물은 6.25센트(0.5%) 하락한 부셸당 13.317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미 농무부는 겨울 밀의 재고를 14얼2400만 부셸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13억9500만 부셸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옥수수 재고는 여름까지 9억 부셸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시장 전망치 8억800만 부셸을 상회했다. 다만 대두의 재고는 시장 예상치 1억6700만 부셸보다 적은 1억6000만 부셸로 예상되면서 대두 선물의 낙폭을 제한했다.
◇ 상품값, 장기적 상승추세 유효..단기조정 불가피 = 국제 상품가격은 중국 등 세계 수요와 달러 약세 기조를 감안할 때 길게보면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경기 둔화와 함께 중국 긴축강화 움직임,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경제의 상승모멘텀이 둔화되면서 5월에는 추가적인 순매수 포지션 청산과 이에 따른 상품가격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원유, 옥수수, 면화, 은과 같은 상품들이 가격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열양상에 있던 원자재 가격이 달러화 기류변화와 차익실현 욕구까지 맞물리면서 조정 흐름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달러강세로 원유 등 위험자산의 변동성은 단기적으로 확대되겠지만, 국제 유가는 다시 우상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JP모간체이스도 "국제적으로 원유가 절대적인 공급부족에 직면했다"며 "유가가 올해 3분기에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