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해운업계는 고유가와 시황 악화로 선박금융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나 정부와 금융기관은 남의 일 보듯 무심하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의 이같은 언급에는 `절실함`이 묻어 난다.
최근 중소형 해운업체들은 유가 급등, 선박 공급과잉 탓에 줄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
20일 해운 시황을 나타내는 BDI(벌크운임지수)는 1329포인트를 기록, 지난해 최고점 4661포인트 대비 70%가량 하락했다.
◇ 선박 공급과잉 '시황악화'..선사 자금난 가중
이 같은 해운 시황 악화의 주된 요인은 '선박 공급과잉'.
올해 2월 1만톤 이상 건조할 수 있는 중대형 조선소만 565곳, 지난 2004년과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항만의 적체현상 해소, 중국 인플레이션 정책, 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도 시황 등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운임 하락으로 이어져 해운사들의 자금난을 가중시켰다.
문제는 이 같은 시황악화가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지원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해운업의 특성상 선사는 선박 발주로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가가 낮을 때 투자해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박의 담보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금융지원을 막아버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내 선박금융 '걸음마' 단계.."선박금융지원 묘안이 없다"
선박금융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님에도 국내 선박금융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한국선주협회를 중심으로 선박금융전문기관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정치권 역시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해 선박금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선박금융기관이나 선박운용회사가 발행하는 주식에 투자하면 투자금액의 일정률을 세액 공제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이마저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알 수 없다.
이미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선박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 자국의 해운•조선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외국선주들에게 선가의 약 80%정도를 지원하고, 일본은 상사금융이 주가 돼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OECD나 WTO에서 (선박금융을) 보조금 지원으로 몰아갈 수 있어 정책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금융기관 관계자도 "해운시황이 안좋은 상태에서 선박담보만으로 금융지원을 하기에는 위험성이 커 지원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재 선박금융 지원을 위한 묘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박금융은 주로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선 수출입은행 정도가 선박금융을 취급하고 있다"며 "국내는 해운·조선 등의 금융상품이 다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원은 또 "중국은 외환 보유액이 2조달러가 넘을 정도로 막대한 외화를 바탕으로 보증이나 대출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국가가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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