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미란기자]독일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히면서 원자력주와 신재생에너지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의 방사능 노출이라는 공포를 경험한 전세계 증시가 주요국 가운데 본격적인 첫 조치인 독일의 발표에 주목했다.
독일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원전 폐지를 주장한 녹색당이 약진하면서 원전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왔다.
독일은 17개 원전을 운영해 왔으며 이중 1980년 이전에 건설된 7기는 이미 지난 3월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31일 국내 증시에서 원자력주는 추락했고, 태양광, 풍력주는 비상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원자력 보다는 태양광, 풍력주가 각광 받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 "원자력, 당분간 각국 외면 피할 수 없어"
원자력발전소 설계업체인
한전기술(052690)은 6.27% 급락한 5만98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한전기술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발주하는 국내 원자력 발전소 설계를 독점해 왔고, 현재 신고리 3~4호기와 신울진 1~2호기를 추가로 설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외 발전소 정비사업에 참여 중인
한전KPS(051600)는 장중 3% 이상 빠지다가 해외 화력발전소 수주 소식에 6.3% 급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독일 정부의 결정에 따라 향후 1~2년 정도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성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전기가 필요한데 싼값에 이용할 수 있는 깨끗한 에너지는 원자력이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도 이날 "독일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원전 폐쇄를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도 "우리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원자력 발전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고 발언했다.
◇ 태양광, 공급과잉 우려 딛고 성장 기대감 '활짝'
태양광주는 최근 조정에 한풀 꺾였다가 이날 호재에 기를 폈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 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이 과열돼 공급 과잉이 우려됐지만, 이날 독일의 발표로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퍼졌기 때문이다.
독일은 현재 세계 태양광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독일의 조치는 절묘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신규 수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당분간 태양광주가 반등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 원전 폐쇄 결정에 따라 태양광주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개선됐다"며 "최근 시황 둔황 우려로 과도하게 주가가 반응했던 만큼 오름폭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까지 어려움을 겪었던 태양광 업체들이 6월 이후 시장이 안정화되면 주가의 가격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공급과잉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내년 이후 큰 업체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폴리실리콘 가격이 낮아지면 태양광 시장 규모 자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기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확고한 원가우위를 보유한 세계 최고 폴리실리콘업체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호황기를 거친 태양광업계가 올 하반기에 공급과잉으로 들어서면서 셀과 모듈업체의 수익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토마토 권미란 기자 kmir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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