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저축은행 인수..두가지 노림수

신용융자 확대로 은행 고유영역 잠식
증권街 "3, 4년전부터 준비했다"

입력 : 2011-06-01 오후 4:28:36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증권업계가 부실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은행과 증권사 간 고유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신용공여 한도를 크게 늘리고 그간 은행에 고스란히 넘겨줬던 주식담보대출의 수수료까지도 자신들의 품안으로 갈무리하겠다는 두가지 노림수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사-저축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기대되는 시너지효과는 신용융자(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 허용된 증권사 신용공여의 경우 자기자본의 일정 한도 내로 제한돼 있었지만,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면 융자폭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채민경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1일 "증권사 저축은행 인수는 주식담보대출을 비롯한 신용공여로 이자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증권사가 저축은행과 주식담보대출 등과 관련해 제휴를 하고는 있지만, 수수료는 은행이 가져가는 구조"라며 "인수가 성사될 경우 증권사로서는 자회사 수익으로서 수수료를 챙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키움증권(039490), 대신증권(003540), 한국금융지주(071050) 등은 모두 저축은행 매각 관련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인수의향을 밝힌 각 증권사들은 이미 3년쯤 전부터 저축은행에 눈독을 들였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관건은 타이밍인데, 현 시점이 패키지로 엮인 저축은행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다.
 
서보익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경우 이미 몇년 전부터 방향을 세워놨던 터라 이번 M&A 이슈가 새로울 건 없고, 나머지 후보들도 3~4년전부터 방향을 세워놓고 검토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채민경 책임연구원은 "부실저축은행의 예상 인수가격은 800억~1000억원으로 증권사 매수여력이 충분히 확보된 셈"이라며 "싼 매물이 나오길 기다려 오던 중 현 시점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인수전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대신증권의 경우 과거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가졌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어 그동안 시도를 못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의 인수과정 혹은 결과가 마냥 탄탄대로만은 아닐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저축은행 매각은 인수자가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제외한 우량 자산과 부채만을 인수하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부실저축은행의 정리가 얼마나 깨끗하게 치러지는 지가 관건이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이사보)은 "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을 떼어내고 인수한다는 명목인데, (증권사가) 실질적인 부실분 없이 얼마나 우량한 자산·부채만을 인수하느냐가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 볼 때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주로 거래하는 저축은행을 떠안을 경우, 지금처럼 가계부채나 중소기업 문제들이 부각되면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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