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107일째로 접어든 부산저축은행 사태.
"지지리 궁상 떤다는 비웃음에도 개의치 않고 어렵사리 한푼 두푼 모은 돈인데, 내 피 같은 돈인데…"
절규 그 이상이었다.
3일 오전 11시 부산저축은행 초량 본점. 이날로 부산저축은행은 영업정지(2월17일) 결정이 난 지 백일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영업점 앞은 의외로 조용했다. 영업정지 직후 수많은 예금 피해자들이 울분을 터트리며 북적거리던 당시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울고 또 울고 소리도 질러봤지만 지금은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버린 속만 남았다. 울 힘도 없어 속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삼키며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고 있었다.
백일하고 딱 일주일 지난 지금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예금 피해자들은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못하며 검사 조사 결과가 투명하게 나오길 바라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로 금전적 피해를 본 고객들이 모여 만든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피해 고객 다수가 이 은행 본점 바로 옆에 위치한 우리은행 초량지점에 모여 있었다.
금융감독원에서 3일전 우리은행 초량지점에서 부산저축은행 관련 실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 비대위 사람들이 우리은행 영업점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대위 위원장은 "지금껏 공공기관에서는 비대위의 점거농성 때문에 실사를 못한다며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를 고소까지 했다"며 "하지만 금감원은 비대위가 모르게 우리은행 3층에서 숨어서 실사를 했고 그 증거자료가 다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초량점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뿐만 아니라 아기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와 금감원의 실사를 감시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 정부를 불신하며 부산저축은행 출입을 저지하고 있는 상태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14일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삼화저축은행 이후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다며 뱅크런 사태가 우려된다길래 협조차원에서 돈을 찾지 않았다"며 "금융 수장의 말을 순진하게 믿은 대가가 재산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비대위의 점거때문에 5000만원 이하의 예금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예보에서 주장하는데 그것은 핑계일 뿐"이라며 "우리를 제대로 만난적도 없는데 설득차 부산저축은행을 방문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고 했다.
또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자들의 점거에 관계없이 5000만원 이하 예금자는 법으로 당연히 보호해주는 것인데 우리를 방해물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을 M&A방식으로 인수했을 때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자들의 예금이 모두 보호됐다"며 "정부 마음대로 P&A방식으로 저축은행을 매각하면 우리는 우리 돈으로 다른 저축은행 예금자 보호해주고 우리 재산은 날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해결방안은 먼저 사전인출한 사람들의 돈과 대주주, 이사,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뇌물을 6월 중 특별법으로 국회에서 환수하는 것"이라며 "더불어 이 모든 사태는 대한민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관리감독 실패로 일어났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모든 예금자들의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미정 기자 colet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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