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한은, 물가불안에 금리 올렸지만.."시장은 혼란"

입력 : 2011-06-10 오후 4:22:15
[뉴스토마토 양성희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치솟는 물가에 대한 통화당국의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달 시장의 '금리 인상'  예측을 깨고 동결했던 금통위가, 당시와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6월에도 역시 시장의 '동결' 예상과 어긋난 인상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시장은 혼란스러워 하는 기색이다. 
 
또 가뜩이나 '뒷북치기', '정부 눈치보기' 등의 비판을 받아온 한은 금통위가, 이날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정부 각부처 물가관계장관회의 직후 금리인상을 결정한 점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끝난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서고 근원인플레이션이 3% 중반까지 오르는 등 물가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공식품과 개인서비스가격 급등으로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박재완 재정장관도 이날 아침 열린 물가대책회의에서 "최근 물가상승이 수요측 요인으로 전환되고 있어 당분간 물가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각 부처가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국민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정부 역시 물가난의 심각성을 강조하자 2달 연속 금리를 동결했던 한은 금통위 역시 뒤늦게라도 '물가잡기'에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 하반기 고물가 계속되면 추가로 금리인상..가계부채·경기불안은 걸림돌 
 
하반기에도 물가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금통위의 고민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 물가상승은 하반기에 공공요금,서비스요금으로 번지면서 일시적,외부적 요인에 따른 상승이 아니라 '추세적' 상승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하반기에도 한두차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금리인상으로 기준금리가 연 3.25%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자금시장에서 '저금리'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 우려까지 있어, 3.25%수준의 기준금리로는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걸림돌도 만만찮다. 우선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불안이 가장 크다. 올들어 가계의 은행권 부채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동반 상승하면서 400조원을 넘어섰다. 비은행권 대출까지 포함하면 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세금리가 따라 오르면 이들 가계의 이자부담도 커지고 이는 다시 소비위축으로 번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서민과 저소득층의 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연쇄파산하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는 부동산시장도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 역시 금리 추가인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으로 자칫 부동산 거품이 일시에 붕괴할 경우 거시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금통위의 금리 인상이 지금보다 더 느린 '베이비스텝'으로 변화할 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있다.
 
◇ 시장과 따로 노는 통화당국..'정부 눈치보기 급급' 의구심도
 
이날 금통위의 금리인상 결정은 시장의 예측을 또다시 벗어난 것이었다. 시장에서는 6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경기회복이 급격히 둔화되고 심지어 '더블딥' 우려까지 커지는데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5월 국내 산업활동동향 조사결과 경기 동행.선행지수가 연속 동반상승하면서 경기회복이 주춤거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부동산경기 회복도 요원해, 시장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또다시 시장의 전망과 어긋난 결정을 보이자 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의 금리결정이 '럭비공'처럼 튀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시장에 예측가능한 정책 시그널을 줘야 할 통화당국이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여전히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일 취임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물가 안정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농식품부 등 물가 관련 부처 장관들을 긴급 소집해 물가안정대책장관회의를 열었다.
 
 '공교롭게도' 한은이 금리 인상을 전격 결정하자 금리결정에 독자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할 한은 금통위가 정부와 교감을 나눴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난 1월에도 정부의 물가관리 대책회의가 열린 날 한은은 '연초에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더욱이 지난달에는 물가불안보다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우선시하며 금리동결을 결정했던 한은이 이달엔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 양성희 기자 sinb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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