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리 '차이나디스카운트' 장벽 실감..'下'

증권社 "완리, 목표가 산정조차 어려워…"

입력 : 2011-06-13 오후 5:33:00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중국주'들과의 차별화를 외쳤던 완리(900180)가 결국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상장 첫날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완리는 공모 당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기존 중국주들과는 체질적으로 다른 종목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혹을 금치 못하고 있다.
 
13일 완리는 공모가 4100원에 미달한 385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시초가 대비 575원(14.94%)의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3275원에 거래를 마쳤다. 매도상위에 키움증권(039490)과 주간사 삼성증권(016360)이 포진돼 이들 증권사 창구로부터 115억원가량의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기관이 가장 많이 판 종목에 랭크됐다.
 
공모과정에서 총 청약대상 주식 중 7.4%(88만여주)에 달하는 실권주가 발생할 정도로 시장의 외면을 받은 데다, 코스닥지수가 2% 가까이 밀리는 등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았다. 산업은행 PE(사모투자) 팀장을 비상근 등기이사로 임명하는 등 투명성 확보에 만전을 기했지만, 냉각된 투자심리를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가 이만큼 떨어질 종목은 아니라면서도 중국 관련주라는 이유로 미래 예측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완리에 대한 각 증권사의 분석리포트에 목표주가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데다 회사 실체 공개에도 한계가 있어 기업가치 파악이 워낙 어렵다는 후문이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설명회(IR)를 열심히 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체가 있는 회사인 지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정지된 중국고섬(950070) 사태 이후 한 동안 주춤하던 중국기업의 IPO(기업공개) 시장이 차츰 활기를 띠는가 했더니, 이젠 향후 상장할 중국기업에 완리의 선례가 징크스로 다가올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투심이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을 평가하고 투자에 나설 만큼 중국 관련주들에 대해 관대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차이나디스카운트가 상당 기간 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진단이다.
 
최 연구원은 "오늘(13일) 하한가로 떨어지면서 공모가를 크게 밑돌았지만, 앞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만큼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강성원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반등 시점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현재로선 무리"라며 "차이나디스카운트가 조성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바, 투자자 불신이 해소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실적과 비교해 주가가 비싼 것은 아니라는 데 조심스레 동의하고 있다. 강성원 연구원은 "KDB 해외 중점 투자기업에 선정된 회사가 헛된 일 하긴 힘들지 않겠냐"며 "올해 예상 매출액 1800억원, 당기순이익 400억원에 시가총액 1600억원 정도면 매력적인 수준인 건 맞다"고 말했다.
 
주력 사업인 외벽타일업이 중국에서만 가능한 산업으로 한국에서 비교 대상이 없는 점도 투자포인트라는 설명이다.
 
유성모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완리가 속한 산업군이 향후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는 업종은 아니지만, 주택 건설을 활발히 추진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전방산업적인 측면에서 실적 성장이 지속될 여건은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완리의 주가 급락을 신호탄으로 국내증시에 상장된 다른 중국 관련 종목들도 일제히 떨어졌다.
 
중국원양자원(900050)은 전거래일 대비 200원(3.23%) 밀린 6000원에 장을 마치며 사흘 연속 하락했다. 중국식품포장(900060)(-3.68%)도 3% 이상 내렸으며, 차이나킹(900120)(-2.86%), 차이나하오란(900090)(-1.86%), 차이나그레이트(900040)(-1.04%), 중국엔진집단(900080)(-0.82%) 순으로 낙폭을 보였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부장은 " '중국' 하면 분식회계가 떠오를 정도로 악화된 투심을 주가가 반영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중국기업을 개별 종목이 아닌 '중국' 브랜드 가치로 평가하는 만큼 시장 전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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