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MB정부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한 금융계의 '막강권력' 모피아가 수난을 겪고 있다. 레임덕과 함께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금융정책 실패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금융 모피아의 힘이 빠지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MB정부 최고 실세였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메가뱅크' 꿈이 물거품이 되고,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된 모피아 출신 금융기관장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당하면서 금융 모피아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모피아는 재무부의 영문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를 합성한 것으로 재경부 전 현직 관료를 뜻한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많은 요직을 꿰찼다. 강만수 산은금융회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 장영철 캠코 사장 등 금융기관의 수장이 모두 모피아다. 이들은 강한 추진력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금융계의 막강한 권력집단으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정권말기에 들어서면서 모피아들의 파워가 예전같지 않다. 강만수 산은금융회장이 밀어부쳤던 메가뱅크론 좌절이 그 방증이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석동 위원장은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해 산은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게 이유였다. 행정고시 15회 후배인 김 위원장이 현존하는 모피아 대부 강만수 회장에게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관계자는 "MB의 최측근이며 최고 권력 실세로 불렸던 강만수 회장의 메가뱅크론이 좌절됐다는 것은 곧 현 정권의 리더십이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도 이러한 분위기를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모피아들의 강한 추진력이 오히려 스스로를 해치는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강 회장은 한번 정하면 어떤 설득에도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것으로도 유명하다"며 "이러한 고집이 결국 여론과 여야의원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단초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저축銀사태에 발목..추진력 떨어져
저축은행 비리사태도 모피아들의 쇠락을 부추기고 있다.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행시 27회)은 저축은행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김종창 전 금감원장(행시 8회)은 저축은행 검사 무마관련 청탁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카드대책,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산적해 있는 사안을 두고도 당장 저축은행에 발목잡혀 현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취임 초 '금융시장 신뢰의 종결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권혁세 금감원장은 금융시장을 호령하기는 커녕 금감원 내부 비리를 수습하기에도 벅찬 모습이다.
때문에 우리금융이나 산은금융 민영화,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도 현 임기안에서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정책 결정을 할때 이미 머릿속에는 국회 청문회,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 시나리오가 그려지는데 당장 밀어붙일 수 있는 뚝심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어떤 쪽으로는 향후 책임에서는 벗어나고 싶은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