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연기자]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선택한 계열사 펀드들이 지지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CEO들은 계열 운용사에서 '야심작'을 선보일때 마다 제 1호 가입자로 들어갔지만 펀드 시장의 장기침체 때문에 홍보효과는 커녕 별볼일 없는 수익률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 안으로 굽은 팔, 결과는?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CEO들은 대개 같은 그룹 내 운용사 펀드를 가입한다. 금융투자상품의 전문가로 여겨지는 CEO들이 계열사 펀드 1호 가입자가 되면 일반투자자들에게 홍보 효과가 나타나 많은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2001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2개 펀드에 1호로 가입했다. 그 중 2001년 2월 설정된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회사(주식)’의 설정 후 수익률은 지난 20일 기준 839.84%에 이른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국 펀드로 인해 평균 수익률이 낮아졌듯, 최 부회장의 포트폴리오도 중국 펀드로 인해 타격을 입고 있었다.
중국 시장이 타격을 입기 전인 2006년 설정된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증권투자신탁 1(주식)’과 ‘미래에셋친디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은 설정 후 수익률이 각각 68.21%와 67.18%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7년 설정된 ‘미래에셋차이나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은 -34.86%, ‘미래에셋인사이트증권자투자신탁 1(주식혼합)종류A’는 -15.90%로 4년째 손실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 CEO 애먹이는 중국과 베트남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각각 중국과 베트남 펀드로 애를 먹고 있다.
서태환 사장은 지난 4월1일 ‘하이천하제일차이나 증권자투자신탁펀드’에 맨 처음으로 가입했다. 이 펀드는 설정 후 9.29%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반면 2008년 10월15일 가입해 보유 중인 ‘하이투게더 인덱스 파생상품1호’는 3년 수익률이 24.81%를 나타내 중국 펀드의 손실을 상쇄시키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한국운용의 베트남펀드와 한국밸류운용의 10년투자주식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펀드 중 설정액이 2998억원으로 가장 많은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은 2006년 설정 후 수익률이 -52.68%로 아직도 원금 회복을 못했다. 그러나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주식)‘은 매년 조금씩 수익을 내 2006년 설정 후 70.66%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올해 3월 하나UBS운용의 ‘대한민국1호’, ‘파워1.5배 레버리지펀드‘에 가입했다. 이 펀드들은 최근 3개월 수익률이 각각 1.47%, 1.76%로 손실은 나지 않았지만 국내주식형펀드가 같은 기간 2.79%의 성과를 낸 것에 비해 낮았다.
반면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이 보유 중인 ‘현대그룹플러스’ 펀드는 2009년 9월 설정 후 70.13%로 국내주식형펀드의 2년 수익률이 49.83%인데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 설정액 1억원 , '굴욕'의 CEO 펀드
운용사 기조에 따라 베트남과 중국펀드에 투자한 증권사 사장들이 낮은 펀드 성적표를 내민 가운데 보유중인 펀드 설정액이 1억여원에 불과한 굴욕의 주인공도 등장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보유 중인 우리운용의 ‘보금자리 펀드’는 지난해 8월 만들어진 이후 설정액이 1억1000만원이다. 증권사 사장이 가입한 펀드라는 타이틀에도 자금을 충분히 모으지 못한 것.
설정 후 수익률은 10.48%를 기록했지만 이대로라면 소규모펀드로 분류돼 청산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원회는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펀드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린 상태다.
우리운용 관계자는 “이 펀드는 아직 설정된 지 1년이 안됐기 때문에 당장 청산 대상은 아니다”면서 “1년이 지난 후에도 50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청산될 수 있기 때문에 설정액을 늘리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소연 기자 nic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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