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국내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1년도 안된 신차 결함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아 품질 관리가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 차량 결함, '불편' 넘어 '위험' 수준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5월 말까지 결함신고 건수는 115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3건에 비해 50% 가량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8월에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신형 아반떼는 올 1월 최고의 판매차로 등극하기도 했지만 주행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차량 화재 사고가 2건 발생했다.
최근
현대차(005380) 에쿠스의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사고도 있었다. 운전자가 숨질 정도로 큰 충돌사고에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또 지난 14일 한국소비자원은 운전자 최모씨가 차량 구입 뒤 1년 동안 5차례나 운행중 시동이 꺼진 현대차의 투싼ix에 대해 신차로 교환해 주라는 조정결정을 내린 바 있다. 소비자원이 시동꺼짐 현상으로 신차 교환 결정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구입한 지 1년도 안된 신차에서 이같은 결함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원성이 더욱 높다. 문제는 신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불편'을 넘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4월 르노삼성의 SM5·SM3 16만대의 에어백 제어장치 결함과 YF쏘나타·투싼ix 2만여대에 대해 후부반사기의 성능 부적합으로 리콜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꾸준히 문제 제기했던 부분이 단순히 '불만'에 그치지 않고 공식적인 리콜 결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 신차경쟁 '치열'..품질관리는 '뒷전'?
결함건수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동차시장의 경쟁 심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산업은 국내 경기회복 속에 해외시장 확대에 따라 내수와 수출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신차들의 출시가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신차의 투입시기가 잦아지면서 충분한 검증기간을 거치지 않아 원인 모를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실제로 최근 원인 모를 결함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충분한 로드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경쟁력을 위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 역시 제품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신차 전쟁' 2라운드.."부품업체 모듈화 확대 필요"
상반기 '신차 전쟁'에서 일합을 겨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하반기에도 신차를 출격시키며 또 다시 전면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중형 'i40'와 준중형 'i30' 후속 모델을 준비하고 있고,
기아차(000270)도 '프라이드 후속 모델'과 경 크로스오버차량(CUV) '탐'을 내놓을 예정이다.
상반기 신차를 내놓지 못했던 르노삼성도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QM5'와 신형 SM7 출시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중형 세단 '말리부'와 준대형 '알페온E어시스트', '올란도LPG'와 함께 쉐보레 모델 1가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쉐보레 모델은 스포츠카인 '콜벳 쿠페'가 거론된다.
쌍용차(003620)는 지난 5월 부분 변경모델인 '체어맨H 뉴클래식'을 내놓은데 이어 '체어맨W' 부분 변경모델을 준비중이다.
국내 완성차 뿐만 아니라 수입차도 신차경쟁에 가세한다.
독일 브랜드에 밀렸던 일본 브랜드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다. 선봉에는 한국도요타가 있다. 한국 도요타는 하반기 7인승 미니밴 '시애나'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3~4종의 신차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베스트셀링카인 '캠리' 신형 모델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랜더', 크로스오버차량(CUV) '벤자' 등이 검토되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CR-Z'를, 한국닛산도 8월쯤 '큐브'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완동차 업계가 잇따른 품질결함을 해결하지 않은 채 신차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판매만 계속하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 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완성차 업체의 과중한 품질 관리 부담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며 "모듈화 확대를 통해 부품업체의 품질 관리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성장만을 앞세우기 이전에 품질저하를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위기요소는 없는지 도요타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꼼꼼히 살펴야할 시점이다.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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