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세계경제)④국제상품가격 '거품' 가라앉을까

WTI 80~100달러 전망..金·銀값 상승가능성 커
곡물가격 전망은 '오리무중'

입력 : 2011-06-30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홍지영기자] 전 세계 증시가 그리스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희일비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경제 전망을 놓고 회의론이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 전망이 일관된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으면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대한 투심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상품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변수와 더불어 하반기 국제상품가격을 전망해본다.
 
◇ IEA결정, 간접적 경기부양책.."국제유가 80~100달러 선 안착할 것"
 
리비아 내전으로 인해 지난4월 배럴당 115달러 턱밑까지 간 국제유가는 이후 평균 90~100달러선으로 내려앉았다.
 
안정적 흐름을 되찾았음에도 불구, 지난 23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총60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겠다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1991년 걸프전쟁, 2005년 카트리나 피해로 인한 멕시코만 원유생산 시설 피해 이후 3번째.
 
앞선 전략 비축유 방출이 유가 급등시에 나타났던 것과 비교하면 IEA의 이례적 결정에 전 세계 시장은 적잖이 당황해 했다.
 
30일에 걸쳐 하루 200만 배럴씩 방출하기로 했으며 전체 물량중 50%는 미국, 30%는 유럽, 20%는 아시아 회원국들이 담당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 전략 비축유 방출의 절반을 부담하기로 한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말한다. 미국 측이 또 다른 경기 부양 시도, 다시 말해 우회적인 3차 양적완화 정책을 택한 것이라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를 웃도는 등 물가 압력은 여전히 크지만, 각종 매크로 경제지표는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국 5월 소비지출이 당초 시장예상치(전월대비 0.1% 증가)에 못미친 보합세를 기록, 지난 10개월간 지속된 증가세가 꺾인 점도 미국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이 0.1% 감소,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여 석유 수요 및 소비 촉진 책이 절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국제석유기구(OPEC)가 증산합의에 실패하며 생산량을 동결하기로 한 점도 자국내 소비심리 회복을 원하는 미국을 충분히 자극했을 수 있다. 
 
대니얼 옐진 IHS 캠브리지 에너지 연구협회 연구원은 "IEA의 전락 비축유 방출은 일종의 경기 부양책과 같다"며 "물가 부담 경감에서 효과를 본다면 결국 지출과 소비심리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리비아 내전으로 인한 원유 공급 감소가 현실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드라이빙 시즌(Driving Season: 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차를 끌고 나들이나 여행을 가는 시즌. 일반적으로 소비 증가가 나타나는 시기)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이 나왔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전문가들은 IEA와 미국이 직접 유가 안정을 위해 발벗고 나선 만큼, 단기적 관점에서 국제유가(WTI기준)의 급등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원유 수요 증가도 예상되는 만큼 국제유가가 급격한 하락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봤을때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범위를 80달러 중반~100달러 사이로 압축하고 있다.
 
김효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과거 전략비축유 방출 사례를 보면, 약 20%의 가격 하락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공급 충격과 가격 상승폭이 큰 상황이 아니므로 유가가 80달러 중반에 머물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유가 안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확인된 만큼 투기자금 유출효과도 생길 것"이라며 "이 역시 유가 진정에 일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규원 삼성선물 연구원 역시 "단기적으로 국제유가는 IEA의 전락 비축유 추가 방출과 달러화 강세와 맞물려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90달러선에서 안정된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 안전자산 선호 심리 여전..金·銀가격 제한적 등락
 
전세계 경제를 쥐락 펴락하는 최근의 이슈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쾌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예기치 못한 신용등급 언급 등도 단발적인 이슈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전망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각종 변동성 돌풍속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은 등 귀금속 가격은 현재 가격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 가격은 지난 2003년 400달러 이하였던 것이 지난 5월2일에는 157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다시 한 번 매도 압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 시세를 다시 한번 분출 시킬 수 있는 요인이 다분하다. 
 
시장에서는 금 값에 대해 계속해서 1500달러선을 웃돌 경우 투기세력 개입이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있다. 
 
로이터통신은 "금 가격이 1500달러 부근에 머무는 것은 금 자체에 대한 가치성 판단이라기 보다는 투기 자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이규원 삼성선물 연구원도 "금 주요 소비국인 인도와 중국의 CPI상승률이 각각 9%, 5%수준으로 높아 인플레이션 헷지 측면이 여전히 부각되고 있고, 유럽 재정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금가격 상승여력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은 가격은 선물 증거금 인상 여파로 투기적 자금이 돌아섰기 때문에 강세는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산업용 금속으로서의 수요는 안정적인 상태이므로 급락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 연구원은 "은 가격은 경기 회복시 상승하는 경향이 크다"며 "3·4분기 글로벌 경기가 점차 회복 시에는 산업별 수요가 가많 많은 은 가격의 추가 상승은 유효하므로 은가격이 40달러~50달러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힘 빠진 '중국'에 '구리'가격 조정 불가피..곡물가격은 '오리무중'
 
대표적 산업금속인 구리 가격도 약세가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 구리의 40% 가량을 소비하는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6개월 째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가 건설, 통신, 자동차, IT등 거의 모든 제조업에 사용되는 금속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 제조업 경기의 둔화는 곧 구리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사상 최고치인 6%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 인플레이션 부담은 사업에 대한 투자 위축을 촉진시켜 구리 가격 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 곡물가격에 대해서는 상반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재고량이 지난 1974년 이후 최저치로 집계되고 있는 옥수수 가격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국 상원은 재정적자 감축 조치 일환으로 바이오 에탄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갤런당 0.42달러의 세금지원과 0.54달러의 수입 관세 부과를 종료하겠다는 의미인데 이는 곧 옥수수 수요 둔화와 더불어 체연료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어 옥수수가격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전 세계 옥수수 재고가 40년래 최저 수준으로 줄면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옥수수 수요는 최근 16년간 66%나 늘어났고 내년에도 3%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정작 공급이 수요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또 옥수수 재배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잇단 가뭄과 홍수 등의 기상이변으로 작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부정적인 재료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옥수수 가격은 5%신장된 수준이라며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인용, 제 옥수수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부셀당 9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신임 사무총장 조제 그라지아노 다 실바 역시 "앞으로 수년간 곡물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며 상승에 무게를 뒀다.
 
밀 가격 역시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등에서 7월부터 수출 금지령을 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그간 타이트했던 수급상황이 상당부분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밀 가격이 하락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수출재개 결정이후 밀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14%나 급락하며 곡물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수급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아지기는 하겠지만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우려 섞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8개 농산물 가격을 반영하고 있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농산물지수가 지난 12개월동안 60%나 급등한 점으로 미루어 볼때 곡물 가격의 랠리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뉴스토마토 홍지영 기자 hongji0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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