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증권사의 역습)②나에게 맞는 퇴직연금은?

안정적 DB형 vs 내 상품 내가 고르는 DC형
임금상승률과 수익률 따져봐야

입력 : 2011-07-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직장인 김빈털씨는 회사에서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제도로 바꾼다는 공지를 받았다. 바쁜 업무에 밀린 김씨는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주변 동료에 말을 듣고 회사에서 받은 동의서류에 서명을 했다. 김씨는 자신이 무슨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했는지 알지도 못했다. 반면 입사동기 박대박씨는 본인의 퇴직연금 상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꼼꼼하게 살피며 전문상담사에게 조언을 문의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씨는 남들이 받는 이상의 돈을 퇴직 후 받게 될 수도 있다.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기초가 되는 제도로 우리나라와 같은 고령화사회에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반 직장인들은 퇴직연금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지 몰라도, 퇴직연금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나에게 맞는 퇴직연금을 어떻게 골라야할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 안정적 DB형 vs 내 상품 내가 고르는 DC형
 
퇴직연금에는 확정급여형(DB)와 확정기여형(DC) 등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확정급여형은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이 회사를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과 같다. 회사에서 운용하는 돈의 수익률 등과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받는 퇴직연금이다.
 
반면, 확정기여형은 근로자가 퇴직연금 계좌에 있는 돈을 직접 굴릴 수 있다. 근로자 본인이 직접 돈을 운용하는 만큼 회사를 그만 둘 때 받는 퇴직연금에서도 차이가 나게 된다.
 
통상적으로 일에 치이거나 꼼꼼한 성격이 되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무작정 회사에서 들이미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가입하게 된다. 어느 금융회사에 가입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회사를 그만둘 때, 안정적인 퇴직금을 바라는 근로자에게는 확정급여형이 크게 상관없다. 그러나 본인이 돈을 굴리면 더 큰 돈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근로자에겐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이 제격이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중 어느 제도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한지 꼼꼼하게 선택기준을 검토해야 한다.
 
◇ 임금상승률과 수익률 따져봐야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금상승률과 운용수익률이다.
 
박민수 하나대투증권 연금사업본부장은 “임금상승률보다 운용수익률이 큰 경우 확정기여형이 유리하고 반대의 경우 확정급여형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운용수익률을 장기간 예상되는 정기예금이자율 5%로 가정할 때 매년 예상 임금상승률이 5%가 넘으면 확정급여형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반면 현재 기준으로 회사의 임금인상률이 금융권 정기예금이자율 보다 낮으면 확정기여형이 유리하다. 확정급여형은 마지막 근속년의 월급이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임금인상률이 낮아 이자율(수익률)에 미지치 못하면 본인이 직접 퇴직연금 운용방향을 정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이 낫다는 의미다. 대신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 서명만 해버리면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는 확정급여형과는 달리 확정기여형은 근로자 본인의 수고나 귀찮음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근속년수가 짧은 35세 이하 근로자는 앞으로 승진 등의 기회가 많다. 또 임금의 상승폭이 임원진들보다 상대적으로 커 확정급여형이 유리하다.
 
반면, 근속년수가 장기인 45세 이상 근로자는 임금의 절대금액은 크지만 승진 등으로 인한 임금의 상승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확정기여형이 더 낫다.
 
당장 내년, 내후년에 회사에서 퇴직할 사람이라면 확정기여형이 낫지만 앞으로 회사에 오래 남아 승진 등을 노리는 직장인이라면 확정급여형이 나을 수 있다는 말이다.
 
퇴직 후에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제도도 있다.
 
개인퇴직계좌(IRA)는 퇴직 후 퇴직이나 이직을 할 떄 일시적으로 받는 퇴직금을 근로자 명의의 퇴직계좌에 적립해 운용해 노후에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 전용계좌다.
 
IRA는 확정기여형과 유사하게 운용 수익과 손실의 책임은 근로자 본인에게 있다. 가입자격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받는 근로자에 한한다.
 
◇ 퇴직연금으로 재테크?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기초가 되는 제도로 재테크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7월1일부터, 연금수급개시 연령인 55세까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퇴직연금 계좌에서 돈을 찾는 중간 정산을 할 수 없게 원천적으로 막았다.
 
또 확정급여형은 기존의 퇴직금제도에 근로자의 수급권을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확정기여형은 가입자가 직접 운용상품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재테크를 통한 자산 증대가 일정부분 가능하다. 또 운용 부문에서도 주식을 최대 40%까지만 투자할 수 있고 채권혼합형펀드만 운용이 가능해 안정적인 자산관리도 가능하다.
 
확정기여형 자산관리는 적정한 목표수익률을 설정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이 예상되는 시점, 50세 이후 퇴직하는 경우는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안정형으로 상품을 전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세제 혜택도 노려볼만하다.
 
권용수 삼성증권 퇴직연금솔루션팀 팀장은 “퇴직연금, 특히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개인의 자금이 운용될 때도 세금의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에 똑같은 상품에 투자할 때도 퇴직연금을 이용하는 게 세금만큼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empero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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