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낙찰제, 5조원 절감이냐 건설업계 살리기냐

'최저가낙찰제 확대 제동' 두고 시민단체 건설업계 대립각

입력 : 2011-07-05 오전 11:36:43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계획에 국회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건설업계와 시민단체들 간 대립이 더욱 날카로워 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지역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최저가낙찰제 확대 철회촉구 결의안'을 채택, 사실상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을 반대했다.
 
최저가낙찰제는 공공공사 입찰의 투명성과 건전한 기업 경쟁유도를 통해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제도다. 이를 통해 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기업이 사업 낙찰자가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공약으로 최저가낙찰제 기준을 100억으로 확대해 국가예산 효율성을 제고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최저가낙찰제가 업체 간 과열경쟁을 초래, 경영악화와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해 왔다.
 
장광근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은 지방 건설경기는 물론 중소건설업체의 어려움을 한층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확대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은 "국민의 혈세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감시·감독해야 할 국회가 건설업계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직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응수했다.
  
◇'국가 예산 절감 VS. 건설업계 살리기'
 
경실련과 업계의 대립은  '국가 예산 절감 VS  건설업계 살리기'로 축약된다.
 
경실련은 "정부가 그간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지 않고 턴키(일괄입찰) 발주 방식을 채택해 심각한 국고낭비를 초래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 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저가낙찰제 확대시행으로 공공공사 전체 사업 규모에서 약 5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건설업계는 '현실성 없는 계산'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업체는 설계변경 등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려는 경향이 있어 단순히 낙찰가격을 낮춘 것만으로는 정부예산절감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공사비가 줄어들면 부실공사로 인해 오히려 건설 후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체들간 '바닥경쟁' 심화되나
 
경실련은 조달청에서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등급을 나눠 제한경쟁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건설사가 수주할 수 있는 공사가 따로 정해져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건설협회 측은 "지방, 중소업체 수주영역인 100~300억원 공사로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시킨다면, 상대적으로 노하우가 풍부한 대형사에 밀려서 중소업체는 설 자리를 잃는다"고 주장한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현행 저가심의제도 및 등급제도에는 구멍이 뚫려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공동입찰이 가능하고, 대기업·중소기업의 공사지분에 대한 규제가 없는 한 대형건설사가 실질적으로 수주하지 못하는 공사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현행 저가심의제도의 가격경쟁 하한선은 보통 70% 이상으로 맞춰져있지만 사실상 크게 의미있는 제도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중소업체의 경우 100억~300억 범위의 저가공사의 참여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중견업체와 달리 중소업체는 기술력 부족으로 800~10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저가사유서 제출 자체가 어렵다.
 
건설협회는 "결과적으로 100~300억원 규모의 공공공사 입찰에서 대형업체의 수주 가능성이 더욱 높아져 현재보다 대·중소기업 간, 수도권과 지방업체 간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적정공사금액 현실화..부실공사만 양산한다 
 
한편 적정공사금액을 두고 벌어지는 실랑이도 뜨겁다.
 
일반적으로 원청업체가 적정가격의 70% 수준으로 수주한 공사를, 하도급업체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공사금액은 다시 원청 수주 금액의 80% 수준으로 떨어진다.
 
때문에 최종 공사금액은 적정공사금액의 절반 수준까지 하락한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적정가격'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말이라며 이른바 '풍샘'에 따라 정해지는 적정가격은 실제로는 20~30% 부풀려진 가격이라고 말한다.
 
건설협회는 경실련의 입장에 대해 "'건설업은 기본적으로 많이 남긴다'는 구시대적 선입견"이라고 지적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비를 20~30% 부풀려 책정하는 건 10년전 얘기"라며 "지금은 공사비 검증제도와 장치가 많기 때문에 현실화 돼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과도한 공사금액 삭감에 따른 부실공사 우려다.
 
건설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공공건설공사 산재 다발 업체의 상위10%에 해당된 21개 업체 중 19개 업체가 최저가낙찰제를 통해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시급한건 최저가낙찰제 개선이 아니라 지역할당제 개선"
 
반면 지역 중소업체들이 주장하는 지역할당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경실련과 건설협회가 궤를 함께하는 양상이다.
 
경실련은 "지역할당제가 필요한건 사실이지만 상당부분 악용되고 있기 때문에 현행제도를 개선하지 않는한 실효성에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예를 들어 경남지역의 공사를 한다고 치면 삼성같은 대형건설사들이 지역업체와 공동입찰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며 "하지만 말이 참여지 지분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결국에는 편법적으로 정부지원을 가로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건설협회측은 "최저가낙찰제 확산 시행된 상태에서라면 그런 식의 공동입찰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중소형 건설사들이 자리잡고 있는 지방에 대해 시행되고 있는 지역할당제에 대해 보다 명확한 정부의 지분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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