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사례 #1. 소개팅에서 한 여성을 만난 A은행 직원 K씨. 여성의 이름과 휴대폰 전화번호로 이 여성이 자기 은행에서 발급한 카드 사용내역을 조회한 결과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를 자주 다녔다는 개인정보를 확인하고는 관계를 끊었다.
사례 #2. 모 가수의 팬이었던 B은행의 여직원 C씨는 그 가수의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해 자주 가는 카페와 음식점을 알아냈다. C씨와 너무 자주 마주치자 이상하게 여긴 이 가수는 은행 측에 이를 알렸고 결국 C씨는 징계를 받았다.
4일 금융감독원은 SC제일은행 직원 10명이 고객 신용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위원회에 징계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점 영업지원부 직원인 이들은 지난 2009년부터 작년까지 약 500차례에 걸쳐 고객 거래 내역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무단 조회, 신용정보업법 위반으로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앞서 작년 말 신한은행, 올 초 외환은행 검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걸리지 않으면 그만"
이렇듯 은행원들은 마음만 먹으면 고객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카드 사용내역의 경우 일시, 액수, 가맹점도 모두 알 수 있어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름 혹은 전화번호 하나만 알아도 가능하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은행 컴퓨터에 이름을 입력 후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을 찾아 조회하면 된다"며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비일비재하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렇듯 고객 정보 침해가 심각한데도 은행권이 고객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명분은 영업과 마케팅.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어디서 카드를 자주 사용했는지 파악해 마케팅을 편다"며 "그러나 영업과 개인적인 호기심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개정된 신용관리법에 따라 각 은행은 '신용정보보호관리인'을 두게 돼 있다. 보통 부행장급이 책임자로 있는 이 부서는 준법감시부에 속해 있다.
그러나 신용정보보호관리인도 한계가 있다. 한 은행의 정보보호 관계자는 "지점 수백 곳에서 하루 이뤄지는 수만 건의 고객정보 조회에서, 잘못된 점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며 "고객이 먼저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한 문제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자신의 개인정보 열람이 얼마나 이뤄줬는지 확인하려면 은행 영업점을 찾아 '금융 거래 조회 정보'를 요구하면 된다. 필요 이상으로 조회가 많이 됐다고 판단되면 해당 사유를 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