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삭감' 신입행원들 뿔났다..내달초 대규모 항의집회 예정

금융노조 "은행들 막대한 이익에도 원상복귀 안해"
정부가 삭감 압박..행원 5000명 참여 예상

입력 : 2011-07-08 오후 3:18:38
[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은행 신입사원들이 뿔났다. 내달 6일 최대 5000명의 신입행원들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2009년 일방적으로 삭감된 신입행원 초봉을 원상복귀해 달라는 요구다.
 
7일 금융노조와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오는 8월6일 은행 신입행원들 5000여명이 참여하는 '금융권 종사 신입직원 전체 집회'를 열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 나누기와 고통분담이란 명목으로 이듬해부터 공기업, 공공기관, 금융권 신입사원 초봉을 20% 삭감했지만 일자리 창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직원 임금의 하향평준화만 초래했다"며 "최대 피해자인 은행 신입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집회를 열어 문제 해결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또 "금융위기가 거의 끝났고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신입행원들의 임금삭감 문제는 개선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 차별로 인한 박탈감 상처로 남아
 
신입직원에 대한 임금 차별 문제가 1~2년 쌓이면서 현장에서는 상처가 곪고 있다는 분위기다.
 
금융권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한 대학생은 "얼마전 금융권 입사 선배들을 만난적이 있었는데 연봉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2008년 입사자들은 2009년 입사자들에게 괜히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등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며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일단 입사하는게 당면한 문제지만 입사 후 연봉을 생각하니 씁쓸했다"고 말했다.
 
초봉이 깎인 채 입사해 일을 하고 있는 금융권 종사자들은 연차가 쌓일 수록 노동 강도는 높아지는데 따라잡을 수 없는 선배들과의 연봉차이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입사한 금융권 종사자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눈에 띄는 임금 차이를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며 "이같은 차등 조건이 적용되는 인원이 더 많아 질수록 조직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기존 금융권 종사자들도 신입사원들의 초봉 삭감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무너져 문제라는 인식이다. 사회 구조적 문제로 임금을 차별받는 신입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이나 상처도 크다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금삭감 정책이 시행된 후 입사한 신입행원들이 다른 해에 비해 유독 많이 그만뒀다고 한다"며 "치열하게 노력해 금융권에 입사했지만 선배들과의 임금격차로 차라리 다른 기업에 가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신입초임 한시적 삭감에 동의 못 해" 
 
금융노조와 은행연합회는 2009년 3월18일 임금협상을 위한 산별중앙교섭을 개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
 
주요 합의 사안으로 ▲정규직 임금 동결 ▲신입초임 1~2년 간 제한적으로 삭감 등의 내용이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신입초임 삭감 기간을 1~2년 간으로 제한하자는 합의문이었다.
 
이날 교섭에 참석한 일부 공기업 기관장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신규인력을 전혀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하더라도 소수의 신규인력 또는 단기 인턴만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초임삭감의 경우 수습기간 1년으로 제한한다는 잠정합의안에 반대했다"고 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이 행태를 통해 신입 임금 삭감이 단순히 경제위기 고통분담이나 한시적 삭감이 아닌 영구적 임금 삭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뜻대로 공기업 임금 하향화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권까지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시중은행 한 곳만 먼저 해결하면 도미노 효과.."총대 멜 은행없어"
 
물론 시중은행들의 자구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각 시중은행 노동조합에 문의해볼 결과 은행 행장들은 모두 신입행원 임금 차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 압박이 커 이를 선뜻 시행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시중은행 한 곳에서 먼저 총대를 메고 신입행원 임금을 제자리로 돌려 놓으면 다른 은행들은 그대로 따라갈 준비가 돼 있지만 정부의 압박이 크다"며 "시중은행이 임금을 복귀하려면 금감원이, 금융유관기관이 임금을 복귀하려면 금융위가 막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KB은행은 올해 1월1일부터 신입사원 임금을 복귀한다고 합의했는데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시중은행의 신입행원 임금 복귀가 금융 유관기관, 전체 공기관으로 이어지는 도미노현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노조는 다음달 6일 금융권 신입사원 전체 집회를 열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신입사원 임금 삭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시 노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집회에 대한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2009년 이후에 입사한 8000명 가량의 금융권 종사자 중 4000~5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 박미정 기자 colet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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