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국내 고속도로와 철도와 공항 등 핵심 교통시설의 노후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국내 주요 사회기반시설이 완공 후 30~40년 이상지나 노후화 됐음에도 명확한 유지·보수 체계는 커녕 시설물의 평균수명조차도 불분명하게 설계되었다는 주장이다.
11일 이복남 건산원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주요 시설물에 대한 구조적 안전성과 성능을 평가한 결과 교량은 4곳 가운데 1곳이 안전성이나 성능미달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지 41년이 지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사정으로만 볼 수 없다"고 경고했다.
◇ 미국 주요시설물 `D등급`..한국도 불안
지난 2007년 미국판 성수대교 붕괴로 불리는 미네소타주의 'I-35'번 도로의 교량 붕괴 사고 이후 미국 토목공학회(ASCE, 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성능과 안전에 대한 진단·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미국 주요 시설물에 대한 구조적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토목공학회의 평가는
평균 D등급(매우 불량함)으로 종합 발표됐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5월 미국내 구조적인 안전성과 성능미달인 시설물을 재건설하거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2조달러(약 2200조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네소타주 교량이 수명 40년에 붕괴됐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우리나라도 지난 40년간 고속도로의 연장이 7배 이상 늘어난 교통시설물의 안전성과 성능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서울 지하철1호선도 완공된지 37년이 지나 미국의 평가 결과인 'D' 등급보다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게다가 1호선 뿐만 아니라 2호선도 30년은 족히 넘었기 때문에 안전성에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건물 안전진단평가에서 D등급 판정은 사실상 `사용불가`로서 재건축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예산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하는 '안전점검'
선진국 경우 통상적으로 주요시설물을 건설할 때 평균수명을 설계에 반영한다. 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위험성을 사전에 예측가능한 범위에 두고 유지·보수 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다.
반면 한국의 경우 주요 시설의 평균수명이 설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건축물의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유지·보수시점도 불분명해진다. 그렇다보니 무엇보다 과학적이어야 할 안전점검이 예산에 맞춰서 이뤄지게 되는 격이다.
아파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 연구위원은 아파트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 "법적 재건축 연한에서 20년이냐, 40년이냐 식의 논란은 도무지 어떻게 나온 계산인지 알수가 없다"며 "건축물의 안전성과 주택시장의 수급정책은 하등의 관계도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2014년까지 연평균 1.7%씩 감축하기로 계획한 정책은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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