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선점은 했으나 혁신이 없다."
LG전자(066570)가 올 하반기 첫 전략폰으로 내놓은 '옵티머스3D'를 두고 업계에서 내린 대체적인 평가다. 먼저 뛰어들긴 했으나 시장의 관심을 이끌어 낼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3차원 영상을 스마트폰 화면에 구현,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무색할 정도의 반응이다.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것은 비단 옵티머스3D를 통해서만이 아니다.
세계 최초로 기네스북에 듀얼코어 스마트폰으로 등재된 '옵티머스2X'를 내세우며 '듀얼' 대세를 리드했지만, 애플과
삼성전자(005930) 등이 운영체제(OS)·애플리케이션과 보다 최적화된 듀얼코어폰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정작 원조인 옵티머스만 소외됐다.
이러한 휴대폰 사업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LG전자가 최근 숨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주말 '옵티머스 3D'를 선보인 데 이어 오는 10월에는 HD(고화질)급 롱텀에볼루션(LTE)스마트폰을 출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뒤처진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3D 기술을 앞세워 이미 늑장대응한 3세대(3G)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틈새시장을 뚫는 한편, 새로운 LTE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찬 목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3G와 4G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포석인데, 아직까지는 그 성공 여부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많다. LG전자가 현재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올해 17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 옵티머스3D를 두고도 첫 시도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12일 "스마트폰의 가치를 판단할 때 3D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요즘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 요소는 아니다"며 "누구도 하지 않은 것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을 뿐 큰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LG전자 측에서도 (옵티머스3D에 대해) 내심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옵티머스3D를 단독 출시하는
SK텔레콤(017670) 대리점 직원도 "사전 예약판매가 진행 중이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재까지 소비자 반응이 그리 뜨거운 편은 아니다"고 밝혔다.
통신업계 시각도 비관적이긴 마찬가지다. 통신사업자들이 LG전자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점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와 HTC의 스마트폰으로도 이미 충분한 상태에서 굳이 '히트작' 없는 LG전자를 끌고 가기가 버겁다는 얘기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의 경우 통신업체에 대한 지원과 브랜드 가치 등의 측면에서 격차가 크다"며 "모르긴 해도 LG전자는 삼성전자 때문에 압사하기 직전일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LG전자가 주력할 차세대 LTE 스마트폰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지는 않다. 우선 LTE 시장이 아직 초입 단계라 네트워크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LG전자 측에서 10월 HD LTE폰 출시를 예고했지만,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LG유플러스(032640) 관계자는 "전국망 확충이 빨라야 내년 7월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조사 LTE폰의 수익 여부가 당분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LG전자 HD LTE폰의 출시가 애플 아이폰4S와 삼성전자 LTE폰 등 기대작들의 출시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오히려 LG LTE 스마트폰의 출시가 한 달가량 더 늦는 만큼, LG전자로서는 강력한 경쟁자들과 맞붙어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안고 있다. LTE 시장에서조차 '먼저'가 없는 LG전자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LG전자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은 주가에도 반영돼 있다.
연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혔음에도, LG전자 주가는 2분기 실적 우려에 연중 최저치까지 밀려난 이후 현재까지 바닥권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올 연말 다시금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전기전자 담당)는 "LG전자 입장에서는 히트모델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과정이 길어질 수록 LG전자 휴대폰 부문의 실적 회복 또한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