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최근 정부가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건축 반사이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시장분위기를 재건축쪽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재건축 활황은 현시점에서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수직증축이 불가능하게 되면 리모델링 사업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수요가 재건축 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겠지만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약세를 면치 못했던 재건축 시장이 지난주 하락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송파구는 지난 2월 말 이후 19주 만에 0.3% 오르면서 소폭 반등했다.
주요 재건축 단지의 부동산 중개소업소에서도 '조만간 반등한다'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강동지역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 방침 이후로 송파·강동지역 아파트 관련 문의가 많아졌다"며 "강남권에도 새 아파트가 부족한 상황인데 리모델링으로 일반분양을 할 수 없게 되면 남는 건 재건축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은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이 안될 경우 재건축시장 쪽으로 관심이 몰리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송파지역의 반등은 가락동 시영아파트 등에서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가격이 조금 상승한 것 뿐"이라고 진단했다.
직접적으로 재건축 시장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시그널로 보기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박원갑 소장도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투자 수요가 적기 때문에 안되더라도 그냥 살겠다는 실수요자가 많아 정책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며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 때문에 매매가 활성화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 정부의 '재건축 병'.."왜 또 거품 키우나"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불허하며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재건축쪽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하기로 하는 등 규제 일변도였던 재건축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수직증축 불허 이후 대놓고 재건축 시장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 것 같다"며 "다수 언론이 리모델링 불허 이후 정부가 재건축으로 전세난을 해결할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별로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 정책에 근본적인 부동산 문제 해결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김성달 경실련 국책사업팀장은 "지금의 거래부진은 한껏 거품이 낀 주택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일 뿐"이라며 "재건축조합과의 유착 관계에 따른 규제완화를 통해 거품을 일으키려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의 부동산 시장침체는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주택매입을 하지 않은채 거품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재건축 몰아가기는 거품을 일으켜 소비자에게 사면 바가지고, 못사면 살 게 없는 시장상황을 만든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원 연구위원도 "당국이 계속 인위적인 정책을 쓰고 있는데 상황을 반전시킬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며 "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재건축 대상 지역의 아파트"라고 정부 정책을 비틀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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