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태산명동서일필'. 금융감독 체제의 전반적인 혁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다.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대대적인 개혁의지를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두달이 지난 지금 TF는 당초 궤도를 이탈,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했다. 시작은 요란했지만 사실상 유야무야되고 있는 금융감독혁신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 '개혁대상자가 개혁주도..결과는 뻔할 수 밖에'
'금융감독혁신TF'는 지난 5월 출범 당시부터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
민관 합동이란 그럴싸한 포장은 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개혁대상자에게 개혁을 주도하도록 맡긴 꼴이었다. 개혁대상자가 주도하는 개혁에, 정책적 실패를 거론하거나 금융감독원을 넘어선 금융당국 전반의 시스템을 손보기에는 애초 무리였다는 것이다.
당연히 개혁대상의 범위를 놓고 민간위원들과 정부위원들간에 잡음이 일지 않을 수 없었던 구조였다. 민간위원이 사퇴하는 등의 파행은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결국 이같은 내재적 한계는, 개혁의 핵심인 독점적인 금융감독권의 분산 등에 대해서는 논의 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 '금융감독 자체에 대한 혁신 의지도 의구심'
아울러 금융감독 자체에 대한 혁신의 의지가 애초부터 있었느냐 하는 점도 거론된다. 혁신의지가 없는 혁신TF의 파행은 불보듯 뻔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격노'로 급조된 TF가 과연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금융감독체제 혁신이라는 대수술을 제대로 할 수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그것도 대형 정치적 이벤트를 앞둔, 정권 말기에 대대적인 개혁을 위한 동력 자체는 전무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근본적인 문제는 도외시된 채, 일시적인 미봉책 수준에서 어떤 식으로든 누그러뜨려보자는 심산이 더 컸을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었던데다가 개혁의 의지마저 의구심이 이는 상황에서 금융감독혁신TF에 이렇다할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인 것이다.
◇ "'제 살 깎기'에는 근본적 한계 내포"
제정임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금융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금융관료들이 주도하는 TF가 자기 스스로 문제를 드러내는 '제 살 깎기'에 나서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지 않았겠냐"며 "잘잘못을 가려 책임을 묻고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에는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민간위원이 사퇴를 했는데도 계속해서 TF를 운영하는 것은 그 자체로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며 "한쪽에서 불협화음이 나온 것을 모른척한채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은 본래의 의도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