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생산라인의 근무환경 조사를 의뢰한 미국 산업안전 연구업체 인바이론사가 삼성반도체 공장의 근무환경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사실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인바이론을 주축으로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진행한 것이다.
이는 법원이 백혈병에 걸려 숨진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린 뒤 나온 연구결과여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 여부가 주목된다. 항소 마감은 오는 15일까지다.
폴 하퍼 인바이론 소장은 이날 수원 삼성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열린 '반도체 근무환경 재조사결과 발표회'에서 "조사대상 라인인 기흥 5라인, 화성 12라인, 온양 1라인의 경우 정밀조사 결과 측정된 모든 항목에서 노출 수준이 매우 낮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노출 위험에 대해 회사가 높은 수준으로 관리 또는 제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연구에 참여한 제임스 풀 박사는 "35개 유사노출군 중 33개 그룹의 경우 글로벌 노출 기준 대비 10% 미만으로 매우 안전하게 나왔고, 나머지 2가지도 50% 미만으로 위험성이 낮았다"고 판정했다.
풀 박사는 또 "과거 3라인에 대한 노출재구성 연구 결과에서도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떠한 과학적 인과관계도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행정소송을 제기한 백혈병 사망자 등 발병자 6명이 직업적 노출로 인해 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역학전문가인 프레드 볼터 박사는 "이들 백혈병 환자의 질병과 실제 작업환경 간의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 지었다.
그는 "6명 중 4명의 샘플에서 포름알데히드나 벤젠, TCE(트리클로로에틸렌) 등의 발암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2명의 경우 위험성이 극히 낮은 수준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분석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사장)은 "임직원의 안전과 건강은 인재제일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경영원칙"이라며 "객관성과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제3의 연구기관들을 통해 재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최근 반도체 근무환경 관련 행정소송 결과에 관계없이 회사는 발병자와 유가족들에게 항상 대화채널을 열어놓고 있으며, 퇴직한 임직원 중 암과 같은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분들에 대한 지원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여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교수)과 산업의학전문의 공유정옥 씨 등은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고 결론만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백 교수는 삼성전자 기흥 공장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나왔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공유정옥 씨도 "결백을 주장한 삼성이 자료 공개도 안하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며 "이래 놓고 투명성, 객관성 타령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영업기밀이라 전체를 공개할 순 없지만, 민감한 사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공개는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 14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삼성전자 DS사업총괄 권오현 사장과 관련 임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최우수 전무(인사팀장), 조인수 전무(제조센터장), 이선용 전무(Infra기술센터장), 권오현 사장(DS 사업총괄), 한동훈 상무(환경안전팀장), 이기옥 상무(법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