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빈 기자] 올해 들어 세계 최고 '조선 강국' 한국의 화려한 귀환이 시작됐다. 한국 조선이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 활성화와 고유가 시대의 도래로 심해 유전개발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반잠수식 시추선, 드릴십, 해양특수작업선 등 고도의 건조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는 이같은 시기에 맞춰 국내 조선 '빅4'사들이 세계 조선시장에서 No.1 점유율을 가진 각각의 대표 고부가가치 선박을 자세히 살펴보고 아울러 한국 조선의 미래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바다 위 석유생산 공장' FPSO.
1990년대 육상유전개발을 거쳐 2000년대 해양유전개발 시대가 도래했다. 이후 연근해 유전개발도 한계에 도달하면서 오일메이저사들의 관심은 심해나 극지의 대형유전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대륙붕 깊이(200미터)의 연근해 유전개발에 사용되는 고정식 설비(자켓)와 달리 수심 1000미터 이상 심해대형유전의 경우 경제성·이동성을 고려한 대형 부유식 설비가 대부분이다.
이 부유식 설비 중에서도 가장 고부가가치 선박을 꼽으라면 바로
현대중공업(009540)이 세계 최고 점유율(신조 기준)을 기록 중인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다.
◇ 초대형 FPSO 7척 건조..세계점유율 60% '최고'
현대중공업은 지난 1996년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P-33 FPSO를 시작으로 프랑스 토탈, 미국 엑슨모빌, 영국 BP 등에 지금까지 12척의 FPSO를 수주·인도했다.
이 중 개조 2척과 하부 선체(Hull)만 인도한 1척을 제외하면 모두 7척의 FPSO를 신조·인도했고 향후 2척을 추가 신조할 계획에 있어 신조 기준 FPSO 수주금액 69억달러, 세계 시장점유율 64%로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기의 FPSO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 3월 영국 BP사로부터 원유저장 100만 배럴 규모의 'Q204 FPSO'를 1조3000억원에 수주했으며 현재 또다른 FPSO 1기 수주를 준비 중이다.
◇ 현대중공업의 가스&오일 FPSO 수행 실적(자료=현대중공업, 2011년 현재 기준)
◇ '숙련공'·'대형전용설비'·'자체 설계력' 등 세계 최고경쟁력 비결
현대중공업이 세계 FPSO 건조 시장에서 최강자로 떠오른 데는 무엇보다 고도의 품질·안정규정을 요구하는 FPSO 건조를 위한 숙련된 인력과 대형 전용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동력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FPSO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9년 4월초 울산 해양공장에 세계 최초로 1600톤 골리앗 크레인 2대가 장착된 FPSO 전용 H도크(100만톤급)를 완공했다.
자체 설계기술력도 현대중공업만의 강점이다. 발주처가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현대중공업이 가용가능한 건조설비와 방법에 맞춰 설계·건조할 수 있어 품질 우수는 물론 납기일 단축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윤기영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구조기본설계부 부장은 "단 하루의 공정 차질도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구매·생산·지원 전 부문이 세부일정에 딱 맞춰 작업을 진행한다"며 "이같이 세분화·전문화된 설계력에 전세계 최고의 생산 퀄리티가 더해져 FPSO 건조 세계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정보통신(IT)기반의 생산관리시스템, 용접 품질 향상을 위한 용접절차표준서 개발·용접 교육, 각 공정 부품들의 치수 관리(Dimension Control) 등도 현대중공업 FPSO의 강점이다.
윤 부장은 "일반 상선과 달리 건조공정이 매우 까다로운 FPSO 공사를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불굴의 정신으로 해내고야 마는 강력한 공사 관리 능력이야 말로 현대중공업의 진정한 힘"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최초 '설계~시운전'을 한번에..그린기술도 '세심'
FPSO는 크게 부유·저장기능을 하는 하부 선체(Hull)와 원유의 생산·처리기능을 하는 상부 해양플랜트설비(Topsides)로 구성된다. 선체는 조선소 도크에서, 플랜트설비는 해양플랜트 전문 제작업체에서 건조한 후 선체 위에 플랜트설비를 탑재해 완성하게 된다.
약 5만~8만톤의 하부 선체가 1억~2억달러인데 비해 2.5만~3.5만톤의 상부 플랜트설비는 선체보다 3~4배 이상 비싼 5억~6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상부설비까지 설계, 구매, 제작, 설치, 시운전 등을 한꺼번에 해내는 EPCI(Enginerring, Procurement,Construction & Installation) 공법을 개발, 현재까지 9개의 FPSO 신조 공사 중 7개의 공사를 EPCI로 해내며 세계 최고의 FPSO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FPSO는 친환경기술에서도 세심함을 갖췄다. 원유을 뽑아 올릴 때 원유와 함께 생산되는 기름물(Produced water)을 환경기준에 맞게 처리해 배출하거나 유정으로 다시 주입(Re-injection)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 원유 시추 공정이 불안정할 때 배출가스를 그대로 태워버리지 않고 회수(Recovery)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 중소형 FPSO 지속 발주 예상..'핵심장비 국산화'가 과제
FPSO는 부유식 해양생산설비 중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국제 경쟁력을 가진 분야로서 계속되는 고유가 상황·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대형 이외에도 중소형급에서도 지속적인 발주가 예상된다.
하지만 중동, 브라질 등 산유국들의 자국건조주의, 사업 요구조건 확대 등은 향후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FPSO 관련 기술의 국산화도 넘어야할 산이다. 설계 기술의 국산화는 상당한 수준에 접근했지만 내부발전기(Turbo Generator), 원유하역설비(Cargo Offloading System) 등 일부 FPSO 핵심 장비·자재 분야의 국산화는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따라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 공동 차원에서 에너지자원 광구권을 확보, 직접 투자 개발함으로써 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