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태산명동서일필'. 금융감독 체제의 전반적인 혁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다.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대대적인 개혁의지를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두달이 지난 지금 TF는 당초 궤도를 이탈,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했다. 시작은 요란했지만 사실상 유야무야되고 있는 금융감독혁신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저축은행 부실 사태 같은 감독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겠다"
굳은 각오로 출범된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지금 상태라면 그 다짐을 현실화시키기 어렵게 됐다.
현재 민간위원 한 명이 사퇴하고 나머지 민간위원들도 불만이 고조된 상태에서 다음달까지 내놓겠다는 보고서는 반쪽짜리 TF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신뢰를 잃은 대책이 권위와 설득력을 갖을 수 있겠느냐는 점도 문제다.
◇ '제 살 베는 격'..민간 주도돼야
금융감독혁신 TF는 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드러난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목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구성에서부터 출발이 잘못됐다. 일명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집단)가 TF에 참여해 금융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고 수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제 살을 베는 것'처럼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융관료의 참여를 최소화하고 금융현장의 전문가도 끼워서 철저한 민간주도의 TF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개혁 당사자인 정부측 인사 참여를 최소화하고 이들의 역할을 정책과 시스템 코디네이터로 한정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TF에 참여한 한 민간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동위원장이 두명인 체제에서는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며 "단일위원장으로 가되 정부와 관련된 개혁인 만큼 민간위원장을 세워서 민간주도의 TF가 돼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발등 불끄기' 급급..근본적 문제 해결해야
금융감독혁신TF의 시발점이 된 저축은행 사태는 '감독 소홀'을 문제삼기 이전에 무분별하게 몸집을 키운 저축은행들이 결국 거대한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결과물이다. 비단 감독 실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TF안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난 것도 정부 측 위원들이 금융위의 정책문제는 빼고 금감원의 감독업무만 개혁하자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정책을 다루는 금융위와 감독을 맡은 금감원을 둘 다 혁신의 대상으로 삼아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질병'을 초래한 금융위를 건드리지 않고, 질병으로 인한 '증상'을 드러낸 금감원에 대해서만 치료법을 찾다보니 대책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사태를 낳은 '정책'의 문제와 '감독'의 문제를 함께 짚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위원은 "'감독'이라는 한 곳에만 국한시키지말고 큰 틀에서 논의돼야한다"며 "큰 틀은 유지하면서 작은 것을 보완해 가는 쪽으로 TF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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