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현대로템이 최근 빈발하고 있는 고속철도(KTX) 고장사고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제작결함으로 대부분의 사안을 몰아붙이면서 현대로템에 책임을 전가하는 코레일과 원인 파악중이라며 코레일의 책임전가에 직접적인 반박을 못하고 있는 현대로템이 서로 입을 맞추는 사이 위험천만한 열차결함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코레일은 KTX 열차사고 이후 지난 15일과 17일 고장 원인에 대한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KTX-산천 12호는 모터블록 제작결함, 일반 KTX 열차는 객차내 인버터 때문이라는 것이 잠정결론이다.
문제는 코레일의 '모터블록 타령'이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터블록은 열차의 엔진격으로 전기량을 조절해 열차 바퀴를 움직이는 주요 전동장치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었다"며 "부산을 출발해 대구까지 시운전에 나섰던 'KTX 산천'도 금정터널 안에서 멈춰서, 차량 제작회사인 현대로템 기술진에 의해 부산역으로 견인된 적 있다"고 밝혔다.
이 때도 고장 원인은 모터블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고 당시 코레일 측은 다른 열차의 모터블록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확인 작업에 나섰다. 당시 정밀진단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두 달만에 또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테스트 기간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결함들이 실제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발견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KTX가 처음 국내에 도입됐을 때는 이미 유럽시장에서 검증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3년 가량의 시운행 기간을 거친 바 있다. 하지만 KTX-산천은 핵심기술 87%를 국산으로 개발했는데도 시운전 기간은 11개월 정도였다.
◇ 코레일·현대로템 '연대책임론' 대두
철도노조와 전문가들은 코레일의 주장대로 모든 고장 사례를 제작사 측의 설계나 부품 문제로 돌리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백성곤 철도노조 팀장은 "선로나 신호시스템 오류, 사전 정비 미흡 등 운영상 오류로 인
한 사고가 차량 자체의 문제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열차의 고장이나 운행장애는 차량 결함 뿐만 아니라 선로ㆍ신호 시스템,선로·차량 , 부품 호환성, 운영상의 인적오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만큼, 문제를 제작 결함만으로 몰고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철도노조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 2월 광명역 KTX 탈선 사고부터 KTX-산천과 관련된 사고나 운전장애는 5건 발생했지만, 기존 KTX 열차와 전동차 등을 모두 합하면
13건이나 된다"며 "차량고장은 산천에서도 발생하지만 기존 KTX를 포함해 모든 부문에서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도 "설계상의 문제라고들 지적하지만 설계라는 건 애당초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 나온 것이고, 한국의 경우 고속 모터블록 노하우가 짧기 때문에 결함이 존재하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KTX-산천의 경우 짧은 테스팅을 거친만큼 오히려 정비 점검이 과거에 하던 것보다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어야 한다"며 코레일 책임론에 무게를 보탰다.
현대로템의 차량 자체 결함도 일정부분 있을 수 있지만 운영장애나 차량고장이 시기적으로 집중돼 빈발하는 것은 차량 자체 결함 뿐만 아니라 코레일의 운영 문제, 제대로 된 정비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또 "코레일은 안전관리의 국제적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정비 점검이 과거에 하던 것보다는 높고 엄격한 수준으로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 등을 통해 과거보다 더 완화된 관리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현대로템, 코레일 대신 `책임 떠안기(?)`
한편 현대로템 측은 인터뷰나 취재를 모두 거부한 채로 "조사 중"이라며 이번 안전성 논란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다.
한 업계관계자는 "코레일도 문제가 생기면 현대로템에게 적당히 화내는 척 하지만 코레일과 현대로템은 어차피 서로 뗄 수 없는 동반자 관계"라며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억울해도 억울하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철도 차량과 무기 전문 생산업체인 현대로템이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물론 해외수주와
수출이다. 하지만 최근 국토부 내부에서는 '수출 회의론'이 나올 정도로 KTX-산천의 사
고 문제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는 대외수출의 디딤돌이 될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의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것이 없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현대로템이 코레일의 시설관리나 안전성 문제를 '덮어두기' 위한 방편으로 '져주는 척'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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