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지현기자]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추락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달러 약세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축통화의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스위스 프랑화 대비 달러화는 지난 26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27일 달러당 77.78엔까지 떨어지며 지난 3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도 인민은행이 거래기준 환율을 6.4426위안화로 고시하면서 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장관은 "수출기업의 피해를 우려해 시장을 긴밀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달러대비 엔화 강세에 대비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원화 대비 달러도 약세를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05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0시34분 현재 소폭 반등하며 1052.80을 기록 중이지만 올초 1100원을 상회하던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다.
◇미 부채상한 논의 난항 등 달러 약세 원인
이처럼 달러 가치가 연일 하락하는 것은 최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트리플A에서 강등될 것이 우려되면서 달러가치가 추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은 부채 상한 기준을 두고 정치권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마감 시한인 8월2일을 이제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시장전문가들은 백악관 미 의회가 부채상한 한도를 놓고 합의를 본다고 하더라고 신용등급 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아시아 외환 전략가인 토마스 할은 "지난 수요일 달러의 하락은 이같은 시장의 예측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에 대한 불안감도 제기되고 있다.
세자르 푸리시마 필리핀 재무장관은 "미국의 채무한도증액 협상 실패는 '달러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상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신용등급 하락시 추가 하락 불가피"
달러 약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8월2일 이전까지 미 의회와 백악관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신용등급 하락이 이뤄질 경우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부채한도 합의가 끝나도 재정 적자 감축을 둘러싼 논란으로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는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시장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강하게 점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날 "그동안 유럽재정위기로 유로화 약세만이 시장에 부각된 반면 이제 미국의 문제가 더 시급한 것으로 시장에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토마토 안지현 기자 sand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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