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한·EU FTA로 값싼 유럽산 냉동삼겹살이 수입될 전망이다. 그러나 실제 삼겹살값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형마트 등 업계에서는 판매비중이 훨씬 높은 국산삼겹살 가격이 곧바로 하락하기 어려워 FTA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이번달 가격 하락은 FTA 때문이라기 보다는 여름휴가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 재정부 "한·EU FTA로 가격인하 효과"
기획재정부는 3일 한·EU FTA 발효 한달 째에 삼겹살·와인·유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인하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 조사에 의하면 유럽산 냉동삼겹살 가격은 4~6월 1180(100g)원에서 지난달 800~850원으로 떨어졌다.
스페인·벨기에산 냉동삼겹살이 국산 냉장삼겹살 가격의 40%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재정부는 국산 냉장삼겹살도 FTA 영향을 받아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부는 지난달 2280원에 국산 냉장삼겹살을 판매했던 이마트가 이번달에 1950원으로 가격을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7월 3,4주까지 국산 냉장삼겹살이 2280원에 판매됐고 이번달부터는 1950원에 판매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 업계 "한·EU FTA 로 가격인하 효과 아닌 수요 분산 효과"
그러나 이마트는 “이번달 국산 냉장삼겹살 가격 인하는 한·EU FTA 때문이 아닌 바캉스 시즌을 위한 할인행사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롯데마트도 FTA로 삼겹살 수요가 분산된 효과는 있지만 가격이 인하된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FTA 발효 이후 국산과 수입산 삼겹살 물량비중은 77:23으로 내다봤다. 즉, “FTA 발효 이전보다 수입물량이 늘긴 했지만, 수입산이 국내산을 대체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롯데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설사 FTA로 인해 가격인하 효과가 있더라도 인하폭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망했다. 삼겹살의 경우 국산물량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가철을 맞아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는 수입산을 선택하면서 국내산 삼겹살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측면은 있을 수 있지만 가격 인하까지 가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 무역협정본부 관계자는 “현재 국산 냉장삼겹살의 경우, 산지 도매가격이 20% 정도 낮게 거래되고 있으며, 2주 정도 뒤면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반기 할당관세 물량 6만톤 중 5만5000톤 가량이 시중에 풀려있어 무관세 혜택을 본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 FTA 가격 효과는 좀더 시간 필요
재정부는 치즈의 경우 저율관세 할당물량(TRQ)으로 업계에서 10월 쯤 약 10% 소비자가격을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독일 브라운사의 전기면도기와 프랑스 테팔사의 전기그릴·전기다리미도 2~3% 수준으로 가격이 인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FTA 발효가 한달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는 FTA 발효 이전에 수입한 물량이 소진되어야 FTA 관세 혜택을 받은 물량을 수입할 수 있다”며 “지금은 유럽산 신상품 와인이나 수입맥주 등 품목을 늘려 수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지금 당장 FTA 발효 효과로 가격인하를 가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