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발효 한달…국내로펌 해외진출 러시

세종 유럽 진출 준비, 에이펙스도 베트남과 중국 진출 서둘러

입력 : 2011-08-04 오후 4:30:0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한-EU FTA 발효와 함께 국내 로펌의 해외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영, 미 로펌의 국내 상륙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역으로 국내 로펌들이 공격적인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다.
 
최근 법무법인 세종(대표 변호사 김두식)은 올 하반기 중 유럽진출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EU FTA 발효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지역의 업무 장악을 겨냥한 것이다. 독일에 주 사무소를 열 예정으로, 독어와 불어에 능통한 변호사들을 모아 EU 전문팀을 강화했다.
 
법무법인(유) 에이펙스(대표 변호사 채정석)는 지난 7월25일 한국 법률회사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데 이어 올 하반기 베트남 호치민과 중국 북경에 현지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2007년 캄보디아 프놈펜에 현지사무소를 연 에이펙스는 베트남, 중국 사무소 개소와 함께 인도차이나반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 진출을 전담하고 있는 에이펙스의 이경천 미국 변호사는 "중국에 집중되어 있던 자본이 중국시장의 성장 등을 통해 아시아 전역으로 흘러나오면서 아시아 시장 자체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올해가 아시아에서 에이펙스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법무법인(유) 로고스는 지난 7월13일 중국 로펌 잉커(盈科)와 업무협약을 맺고 한 · 중 법률지원센터를 열기로 합의했다. 2001년 설립된 잉커는 최근 급성장한 중국로펌으로 변호사만 1300여명 규모다. 해외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이태리, 헝가리, 뉴욕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지원센터는 양 로펌의 변호사들이 각 로펌별로 전담팀을 만들어 정보 공유와 업무지원을 조정하게 될 일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양 로펌은 이와 더불어 기업법률자문 분야에 대한 상호지원에도 합의함으로써 양 로펌을 통해 한국과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의 법률자문을 맡기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법무법인 율촌이 북경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율촌으로서는 베트남, 호치민, 하노이에 이은 세 번째 해외진출이다. 한-EU FTA의 공식적인 발효시기보다 앞섰지만 이미 당시 발효가 예정되어 있던 터라 한-EU FTA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북경에는 이미 태평양, 광장, 세종 등 국내 대형 로펌들이 진입해있다.
 
반면, 유럽 로펌의 한국 진출은 전무한 상황이다. 법무부와 대한변협 등에 외국법자문사자격 취득과 로펌 설립에 대한 문의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EU FTA 발효와 함께 앞을 다투어 국내진입이 예상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을 '폭풍 전야의 고요'로 해석하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사전 조사와 물밑 작업을 다 마친 유럽 로펌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약 1개월씩 긴 휴가를 즐기는 외국 휴가문화의 특성상 여름 휴가기간이 끝나는 9월에야 본격적인 진출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로펌의 한국 진출관련 문의는 지난 5~6월 사이에 집중됐고 현재는 확인차원의 전화만 매일 1~2통씩 오고 있다"며 "유명 유럽 로펌을 비롯해 한국진출을 준비하는 로펌들은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로펌의 사정에 정통한 국내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도 "상당수의 로펌이 이미 서울 내 사무실이나 변호사 영입을 끝낸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처음으로 테잎을 끊는다는 것에 부담을 가지고 시기를 신중히 재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영국로펌의 경우 한국에 상주하며 한국 사무소의 대표로 일 할 실력 있는 본토 변호사들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보다 실질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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