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대부분 계열사 실적이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지금 MRO사업을 접자니 엄두가 나질 않고, 그렇다고 악화된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SK그룹은 지난 주말 MRO업체인 MRO코리아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MRO코리아는 SK 계열
SK네트웍스(001740)와 미국 그레인저인터내셔널이 51대 49 비율로 지분 투자한 합작 회사다.
SK는 MRO코리아를 사회적기업으로 돌리기 위해 그레인저인터내셔널 지분 49%를 거둬들이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동시에 국내 최대 사회적기업을 탄생시킴으로써 최태원 SK 회장과 그룹의 이미지 개선 효과도 얻었다.
이에 따라 당초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대로 방향을 맞추겠다고 밝힌 LG의 추가적인 움직임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내심 LG 역시 삼성·SK처럼 대범한 결단을 내려주길 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LG 입장에서 MRO사업을 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LG 서브원은 지난해 기준 매출규모가 3조8000억원에 달하는 업계 1위 업체다.
또 전체 매출 중 MRO 관련 사업비중이 약 58%(2조2000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LG 계열사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반면 지난해 1024억원을 벌어들인 SK MRO코리아는 SK 계열사들을 통한 매출이 612억원 정도로, 전체 매출 대비 MRO 관련 사업비중은 크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LG에 크게 못 미친다.
LG의 경우 서브원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이
아이마켓코리아(122900)(IMK)를 매각한 것처럼 강수를 두기 쉽지 않다는 측면도 있다.
이밖에 서브원이 MRO 관련 사업 외에 레저, 건물관리 등 여러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는 점도 매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한편 LG는 이처럼 서브원이 가진 특수성과 사회적 논란 속에서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LG 관계자는 "삼성·SK와 달리 서브원은 여러 사업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MRO와 관련된 부분만 떼어내 파는 게 쉽지 않다"며 "사회적 분위기를 살피면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