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8월, 전세계 금융시장은 칠흑같이 어둡다. 지난 주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아시아 증시가 폭탄을 맞은데 이어, 8일(현지시간) 개장한 미국과 유럽 증시마저 폭락을 면치 못했다.
세계 경제지표는 여전히 부진하게 발표되고 있고,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신용등급의 추가 강등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주요 7개국(G7)이 긴급 공조를 발표하고 유럽 중앙은행(ECB)이 시장에 개입하겠단 뜻을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시장은 패닉을 진정시키는데 '버냉키의 입'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 美 신용등급, 추가강등될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강등될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시장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11∼12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 또는 AA로 또 한번 강등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향후 부채감축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하는 데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추가 신용강등 가능성의 이유를 들었다.
존 챔버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 이사도 "앞으로 미국의 경제상태가 더 악화되거나 정치적 줄다리기가 계속 될 경우 신용등급이 또다시 하락할 수 있다"며 "향후 6∼24개월 안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강등할 가능성이 30%"라고 말했다.
무디스 역시 최고 등급인 'AAA'등급을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계획을 믿기 어렵다며 필요할 경우 조기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 월가 "버냉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해"
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버냉키 의장이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버냉키 의장에게 시장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저금리를 이어가겠다거나 국채 보유를 지속하겠다는 해묵은 카드가 아니라 세계 금융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다.
시장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두 차례의 '양적 완화'가 시행돼 추가 조치를 취할 여력이 부족하지만, 워낙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에 버냉키 의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에 안간힘을 쓸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안 핌코 최고경영자는 "미국이 빚을 갚을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보다는 금융 시스템의 핵심에 대한 회의가 높아진 졌다"며 "정책 당국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며 "실질적인 조치도 그렇지만 '연준이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버냉키, QE3 내놓을 가능성은
시장에서는 연준이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미 사실상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두 차례의 양적 완화통해 2조8700억달러를 풀었기 때문에 추가 양적완화가 시행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가 9일 회의에서 3차 양적완화(QE3)를 언급하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2차 양적완화(QE2)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실효성 문제, 정치권의 반대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버냉키 의장의 선택은 연준의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준이 그간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특정 기간'을 명시하고, 보유한 미국 국채를 지금보다 더 장기채로 바꿔 오랫동안 돈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방식을 택해 시장에 확신을 줄 가능성이다.
그러나 시장은 QE3에 대한 한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나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금융사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결국 버냉키가 곧 QE3를 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보다는 금융시장의 당장 급한 불을 끄는데에는 달러를 푸는 방법이 최선책일 것이란 설명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QE2가 경기부양이 아니라 미국채 붕괴를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QE3 시행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