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해결 못하는 전세대책..매번 헛다리 정책

대다수 전문가 "전월세대책 실효 거두지 못할 것"
전월세상한제 놓고 당·정·시민사회 대립..눈앞 가을 전세대란 걱정

입력 : 2011-08-18 오후 3:13:17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정부가 올들어 세번째 전월세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8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이날 발표한 '전월세대책'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을 잡는데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월세금 인상의 당사자인 임대인(집주인)에 대한 규제방안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는 실효를 얻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 번지수 잘못 찾은 `이상한 정책`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전월세난의 가장 큰 문제는 등록된 임대사업자가 아니라 미등록된 다주택 보유자들이 전세로 눌러앉으며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사업자로 등록된 임대사업자는 전월세 상승과 크게 관련이 없는 만큼 이번 세제지원도 사실상 전월세랑 상관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번지수를 잘못 찾은 정책이라는 것이 경실련의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이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데에는 일부 기여할지 모르지만 직접적으로 전월세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실질적으로 주택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급하기로 한 공공주택 2만호 외에는 없기 때문에 전세수요를 해결하기엔 물량도 극히 미미하다는 것.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세제지원이 확대되면 임대시장에 물량이 어느정도는 풀리긴 하겠지만 현재 서울지역 입주물량이 전년대비 40% 이상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매매 활성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돼 시장침체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팀장은 또 "일부 무등록 임대사업자들이 세제지원에 따라 임대사업자로 전환하는 경우는 있을 것 같다"며 "최근 임대차시장의 급격한 월세 전환을 방어하는 효과는 있을 것 같아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국토부, '부자감세' 정책기조 그대로 유지
 
정부의 이번 전월세대책은 큰틀에서 보면 여전히 '부자감세정책'의 일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2월에도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며 양도세 중과완화, 종부세 비과세 등의 세제지원을 강화를 위주로 한 공급증대 정책을 펼친 바 있다. 그 결과 7월쯤부터는 '2차 전세대란'이 본격화됐다.
 
이번 대책도 공급증대를 명분으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실수요자인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택보유 기회를 주기보다는 다주택보유계층의 사업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임대사업자 중심의 공급 증대론은 다주택보유계층에게 주택소유를 더 많이 하게 해 주택소유 편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킨다"며 "임대주택 공급확대와 전세값 안정 사이의 연관고리가 부실하고, 역사적 경험으로도 성공한 적 없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김형탁 위원장은 "전세금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으로 각종 부작용이 나오는 것은 바로 공정한 임대차, 임대료제도가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안정적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는 공정임대료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도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월세 임대시장의 규모와 수요 등을 파악할만한 자료와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계현 사무총장은 "정책을 실행하려면 우선적으로 전월세 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 등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임대인이 몇 명인지도, 과세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야하는지도 확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 전월세상한제 놓고 당·정·시민사회 대립.."집값 현실화 정책부터.."
 
권도엽 국토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당정협의에서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면서 "상한제를 도입하면 전월세 물량 자체를 줄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도 전월세상한제가 사실상 전월세 임대시장 전체를 축소시킬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전세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하지만 야당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전월세가격 폭등의 본질은 다주택보유계층에게 시중이자율 및 기업이윤을 훨씬 상회하는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현재의 임대차 구조 때문"이라며 전월세상한제 전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고 사무총장은 "근본적으로 전월세난 발생 원인은 집값 하락으로 인해 새로 집 안사는 사람들이 전세 눌러앉으며 생기는 현상"이라며 "집값 거품이 빨리 빠질 수 있도록 하는 집값 현실화 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값 현실화를 위해서 확대돼야 할 공공주택시장이 최근 건설업계의 압력으로 보금자리 계획 등이 후퇴하면서 공공성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이번 대책에 포함된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부족한 수준"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도 "이번 정부대책의 근간에는 집값 거품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며 "투기자본은 그대로 방치하고, 세입자들에게는 더 빚내라고 독촉하면서 다주택자들한테는 세제지원해준다는 정말 기이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 "가을 이사철 전세난은 여전할 것"..정부 정책은 매번 헛다리
 
정부는 올 가을 전세대란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고 이번 대책을 내놨지만 당장 이달 말부터 시작될 가을 이사철 전세대란을 해결하기엔 시간이 다소 촉박해보인다.
 
이에 대해 박상우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시인했다.
 
가을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전세수요를 조절해야 하는데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는 수요를 조절하기 쉽지 않아서 효과를 단기적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이번 대책은 세제, 공급, 자금지원 등이 모두 망라돼 있는 종합처방인데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3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대책은 시기적절하지 못했고, 전체를 고루 들여다 보지 못한 근시안적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여러차례 대책을 발표하지만 그 때마다 마지못해 떠밀려서 내놓은 대책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것저것 눈치볼 것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시기도 놓치고 일부 계층을 대변하는 근시안적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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