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대표 IT(정보기술)업체들이 '하드파워'에서 '소프트파워'로 넘어가는 세계 IT시장 재편 트렌드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떨어져왔던 만큼, 이들 기업이 봉착한 글로벌 IT업계 지각변동의 충격도 더 클 것이란 관측이다.
무엇보다 아직 이렇다할 바탕이 없는 소프트웨어 기반을 구축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선 짧아도 1년은 걸릴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가 통상 IT업종 성수기임에도 불구, 상반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 구축에 힘을 쏟아온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삼성은 지난 2009년 10월 자체 플랫폼인 '바다(bada)'를 출시한 이래 약 1년6개월간 세계시장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올 2분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7'을 앞질렀다.
다만, 바다의 2분기 기준 점유율이 1.9%에 그쳐 구글 안드로이드(43.4%)와 애플 iOS(18.2%) 대비 경쟁력이 한참 못미친다는 점은 삼성의 소프트파워 구축에 난관이 많을 것임을 시사한다.
LG전자가 처한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 단말기시장에서도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S와의 경쟁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LG전자는 과거 피처폰 시장 때도 경쟁력 회복에 1~2년의 시간을 들인 바 있다.
다시 말해 휴대폰 판매가 부진할 때마다 심기일전해 따라잡는 데 1년 이상이 걸린 셈인데, 피처폰보다 소프트웨어 비중이 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력 회복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LG전자가 지금 상황에서 휴렛팩커드(HP)처럼 하드웨어를 버리고 소프트웨어에 매진하는 건 모험이라고 지적한다.
일단 LG전자의 기본 경쟁력이 하드웨어에서 비롯된 만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하드웨어 인지도 확산에 주력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기반을 점차 넓히는 것 말고는 묘안이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IT업체들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구축에 다른 걸림돌도 있다. 미국경기의 회복 기미가 좀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데 이어 지난 주말에는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이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주택·고용 등 각종 경기지표 마저 악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더블딥(이중침체)' 공포가 되살아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도 IT업종에 대한 기대는 당분간 접어야한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 수출업종이라는 IT업계 특성상 미국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경제가 더블딥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해도 현 시점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는 낮춰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미국경기 회복 둔화는 수요 침체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국내 IT업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그만큼 IT업황 회복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국내 IT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경쟁력 결핍이라는 문제를 직시하면서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IT업체들이 글로벌 IT업계 재편속도를 따르지 못한 채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다만 이런 추세가 당장 국내 소프트웨어 업종의 잠식을 의미하는 건 아닌 만큼 절망하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