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성수기 기대감에도 '먹구름'

증권업계 "IT업종 3분기 영업익 2분기 밑돌 것"

입력 : 2011-08-23 오후 2:39:11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국가대표 IT(정보기술)기업들의 3분기 예상실적이 최근 들어 급격히 낮아졌다.
 
통상 3분기가 IT업종 성수기임에도 불구, 텔레비전(TV)과 개인용컴퓨터(PC) 수요 부진이 좀처럼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각 증권사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을 당초 예상보다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휴렛팩커드(HP)가 PC사업에서 손을 뗀 것도 중장기적으로 국내 IT업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발표 직후 증권사들이 집계한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3조8000억원이었다.
 
이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3조7500억원 대비 1.3% 늘어난 규모로 하반기 '성수기 효과'를 감안한 추정치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3조3000억원대를 기록, 전분기보다 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2분기 성적을 공개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영업이익 추정치가 5000억원가량 하향조정된 것이다.
 
TV·PC 수요 부진에 액정표시장치(LCD)·디램(D램) 가격이 잇달아 사상 최저가 행보를 이어가자, 3분기 영업이익이 성수기조차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도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책정했지만, LCD업황 부진이 얼마나 지속될 지 미지수"라며 영업이익의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영보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PC시장의 수요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이에 연동된 D램 수급 또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오 연구원은 "해외 반도체 경쟁업체들의 감산시점이 도래해 D램이 반등하고 실적도 개선되겠지만, 3분기 내에는 어렵고 4분기 말은 돼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LG전자도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LG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기존 1970억원에서 1546억원으로 내려잡고, 올해 영업이익도 1조150억원에서 8120억원으로 큰 폭 하향조정했다.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분기에 기록한 1580억원을 밑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은 회복되고 있으나 선진국 경기침체로 TV,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판매가 부진해 영업이익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맥투자증권은 LG전자의 영업이익을 기존 추정치 대비 65%나 하향조정했다.
 
이준희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TV수요 침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돼버렸고,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부문의 판매부진도 심상치 않다"며 "성수기인 상반기 6~7%는 나왔어야할 가전사업 영업이익률이 2%대까지 꺾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결국 LG전자가 기댈 것은 휴대폰사업 뿐이지만, 이 또한 3분기 손익분기점(BEP) 수준의 흑자전환에 그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모토로라 합병, HP의 PC사업 철수 등 글로벌 IT업계 판도변화도 중장기적으로 국내 IT업종에 복병이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최근 움직임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통합하거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국내 IT기업들은 세계시장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최도연 연구원은 "모토로라를 삼킨 구글은 애플을, PC사업을 떼어낸 HP는 IBM의 뒤를 각각 좇는 등 IT시장 트렌드는 소프트웨어로 향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만으로 무장한 국내 IT업종의 근본적인 약점이 한동안 부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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