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대책반장’으로 통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약발이 다한 것일까.
위원장 취임 이후 야심차게 추진하던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대부분 좌초하면서 신뢰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대책반장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25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지난 달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지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자시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자 김 위원장의 오랜 꿈이던 미국의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IB) 탄생도 물 건너 갈 가능성이 커졌다.
자시법은 김 위원장이 법조문 477개 중 무려 200 문항 가까이를 손대며 공을 들인 작품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가 2008년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따른 부담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IB 육성에 대한 당론을 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년 4월 총선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10년 간 끌어온 우리금융 민영화도 무산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19일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포기를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흥행 성공을 자신했지만, 예비입찰제안서 마감 결과 1개 컨소시엄만 제안서를 제출했다.
김 위원장의 기대와 달리 유효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공자위의 설명이다.
은행의 월 평균 가계대출 증가율을 0.6%로 맞추라는 김 위원장의 무리한 요구는 시장 혼란만 부추겼다.
매월 상황이 다른데 월 가계대출 증가율을 0.6%로 맞추라는 정책은 이미 가이드라인을 초과한 은행들로선 중단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
신한·우리·하나은행, 농협 등 일부 시중은행이 지난 18일 신규 가계대출 중단이란 강공법으로 맞섰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이 이뤄지도록 지도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사실 가계부채 대책은 늑장대응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분기 상호금융 대출은 전분기대비 3조5000억원 증가했고, 여신전문기관도 1조4000억원 늘었다.
이는 각각 비은행취급기관과 기타 금융기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은 2분기 가계부채가 18조9000억원 늘어난 후인 6월29일에 나왔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꾸준히 확인하고 있었다면 좀 더 일찍 대책을 내왔어야 한다는 것.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가 뒤늦게 나온 상황에서 가계부채 총량만 줄이려 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면서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기준금리 인상 등의 방법으로 선제적 대응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승국 기자 in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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