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최근 해양환경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바다를 지키기 위한 관리·감독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국제기류에 맞춰 관련 법규를 강화하고 폐기물 해양투기를 법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다로 버려지던 폐기물의 사후 처리계획이 미흡해 '쓰레기 대란' 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게다가 그동안 각종 인프라를 갖추고 가축분뇨를 처리했던 해양배출 업계가 집단 반발하면서 마찰이 일고 있다. 해양폐기물 관련 정책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정부가 '런던협약 96의정서' 기준에 맞춰 내년부터 모든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금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바다로 버려지던 폐기물의 육상처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제2의 쓰레기대란'이 우려된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바다에 투기되는 각종 폐기물을 선진국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해양배출 관련 제도개선 사항을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영,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축산폐수와 하수슬러지, 2013년부터는 음식물 폐수의 해양배출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지금까지 바다로 버려지던 폐기물은 하루평균 1만600여톤에 달한다. 해양배출이 전면 금지되면 이는 고스란히 육상에서 처리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폐기물 처리시설로는 추가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해양투기로 생업을 이어가던 2000여 소상공인의 생존권 문제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하수오니(가축분뇨, 음폐수 등)를 배출하는 해양배출업체들은 정부의 대안없는 정책마련을 반대하며 29일부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 전량 육상처리 "불가능"..매일 3000톤씩 쌓여가는 폐기물
해양오염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런던협약 96의정서'는 폐기물 등의 해양투기나 해양소각행위 등을 규제할 목적으로 1996년 채택돼 2006년 발효됐다.
이 협약은 원칙적으로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금지하고 있으며 천연기원 유기물 등 일부 품목만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협약에 따라 국내 해양배출의 24% 가량을 차지하는 하수오니의 배출을 연차적으로 감축하고 내년부터는 전면금지할 계획이다. 해양환경 개선과 보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정책에 대해 해양배출협회는 "국격만 생각한 졸속 정책"이라며 전면적으로 거부운동을 벌이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인구가 밀집돼 있고 국토면적이 협소한 우리나라에서는 하천이나 토양, 연안오염을 줄이는데 해양배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모든 폐기물이 육상처리 가능한 수준에 이르지도 못한 상태에서 국토부가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마디로 시기상조라는 것.
폐기물 해양배출제도의 목적은 해양에서 쉽게 확산ㆍ분해되는 유기성 폐기물을 일정 해역에 배출해 국토 오염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에 바다에 배출되는 폐기물의 총량은 12개 지자체를 모두 합해 약 450만톤 가량이다.
하지만 해양배출이 내년 전면금지되면 내년은 커녕 향후 몇년 동안은 폐기물 육상 처리가 버거울 전망이다. 정부가 대규모 처리시설을 지원한다해도 시설이 들어설 부지선정, 시설 확장 등에 일정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해양배출협회 업체들에게 할당된 연간 폐기물 처리 허용량은 129만톤으로 이는 전체 처리량의 32.3%에 육박한다. 처리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법안이 효력을 얻는 내년초부터 당장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육상에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 국토부, '폐기물대란' 뻔한데 '강행'.."왜?"
해양배출업체들은 "하수오니의 경우 런던의정서 어디를 들여다봐도 금지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런던의정서 내용을 살펴보면 하수오니(sewage sludge)는 해양투기 이외의 다른 처분방안이 없는 상황이면 배출이 허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2005년과 2008년, 국립수산과학원과 농림부 연구결과 해양배출이 다른 폐기물 처분 방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태경제적이고 자원순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토부는 "그간 런던의정서 가입국들의 과학그룹회의나 당사국회의 등에서 수차례 문제로 지적돼 왔고 우리나라도 앞으로 해양배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왔다"며 "국격을 위해 반드시 강행할 것"이라고 뜻을 굽힐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장성모 해양배출협회 전무는 이와 관련 "해양배출에 대한 국민정서가 좋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상당부분이 오해"라며 "해양배출의 경우 육상처리보다 몇배 더 강화된 기준으로 검증하고, 철저한 처리과정을 거쳐 무독성 물질만 바다에 배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인데 만약 폐기물이 육상에서 전량 처리되지 못해 쓰레기대란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한 국토해양부와 관계공무원이 져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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